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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ug 15. 2016

덜 상처받기

나이가 들고 보니 한 번 마음이 상하면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된다. 웬만해선 상처받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관계가 틀어지면 자존심 상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서라도 그 관계를 되돌리려 했다. 아마도 그때엔 보고 싶지 않아도 3년 혹은 길게는 6년 내내 같이 다녀야 하는 학교와 같은 한 공동체에 묶여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때는 덜 영악했기에 정말 이전처럼 돌이킬 수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돌이키고 싶었을지 모른다.


머리가 크니 나는 더 이상 상한 마음을 고치려 애쓰지 않는다. 모든 관계에서의 틀어짐을 일일이 신경 쓰고 되돌리기엔 나의 삶은 너무 바쁘고 나는 그 모든 관계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다. 행여 열정 있던 관계의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으면 나는 화해하는 길보다 어떻게 하면 그 상처를 배로 돌려줄까 하고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 그 길이 내게 남은 그 관계의 열정의 전부다. 나는 더 이상 관계에 있어 순진하지 않다.


많은 것들이 나를 상하게 할 때에 나는 그 상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보다 나에게 더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이까짓 일에 상처받을 유약한 존재인가. 내가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이 진정 상대방이 바라는 것이라면 나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 의연하고 담대해야 한다고 스스로 되새긴다. 화, 슬픔과 같은 감정들은 사실 나의 해석에 달렸다. 너의 몹쓸 감정의 칼부림에 작은 생채기가 난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아님 사지가 찢긴 듯이 아파할 수도 있다. 상처받기 싫으면 내가 더 강해져 스스로 상처받지 않는 길을 택하면 된다.


주위에 여러 가지 형태로 상처받아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상처를 치유하는 법 같은 건 잘 모른다. 알았으면 제일 먼저 특허를 내느라 바빴을 것이다. 단지 상처를 덜 받는 법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결국은 사랑해야 한다.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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