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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ug 17. 2016

사랑이 오는 길

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 만나
홍차와 냉커피를 마시며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다가 온다네


사랑이 오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10cm 노래 따나 그냥 내가 매일 가는 곳에서 매일 하던 일을 하다 그냥 오는 거다. 내가 계획하지 않아도 그렇게 한순간에 오는 거다. 더 멋진 곳에서 더 극적으로 만나고 싶어도 그게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이 길로 이렇게 오라고 말해봤자 사랑은 좀 체 말을 듣지 않는다. 길이 아닌 것 같은 곳에서 튀어나오고 새로운 길을 뚫고 오기도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렇게 천천히 문을 여는 사랑도 있고 조금은 무례하게 문부터 쾅 열어젖히는 사랑도 있다. 


회사에서고 주위에서고 내 또래 많은 사람들이 결혼했다. '어떻게 저런 놈을 믿고 결혼을 하지'했는데 또 잘 살더라. 내겐 보이지 않던 그들의 사랑의 길에 꼭 맞는 사람이 있어 그 길을 잘 밟고 다져 그렇게 사나 보다. 


어차피 계획이랑 먼 사람이니 나는 내 사랑의 길도 따로 마련해놓지 않았고 뭐 꿈꾸는 그런 길도 딱히 없다. 내 사랑이 오는 길이 가시밭길인지 아니면 꽃길인지 알 턱이 없다. 나는 그저 홍차와 냉커피 대신 맥주나 한 잔 하며 매일 듣는 네 노래를 듣고 있어야겠다. 어쩌면 내게 오는 길은 취한 길일지도. 술 말고 나한테 취하는 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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