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대림절(Advent)을 며칠 앞두고, 독일 안팎에서크리스마스 마켓이 속속 개장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다양한 크리스마스 전통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시즌 알리미' 참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처음 생긴 나라 또한 바로 독일이다. (이쯤 되면 예수님은 독일인들에게 천국행 패스트 트랙 하나 열어 주셔야 할 듯)
크리스마스 마켓은 비엔나(1298년), 뮌헨(1310년), 프랑크푸르트(1393년) 등 13세기 말부터 독일어권 지역에서 시작된 '12월 마켓(Dezembermarkt)' 또는 겨울 마켓(Wintermärkte)'부터 유래한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최초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434년 드레스덴의 '슈티첼마크트(Stiezelmarkt)' 다.
*지역별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지칭하는 용어는 다르다. Advent(s)markt, Christkindlmarkt, Christkindlesmarkt, Nikolausmarkt, Striezelmarkt, Krippenmarkt, Weihnachtsmarkt. 그러나 해석은 다 같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옥토버페스트가 뮌헨의 지역행사라면, 크리스마스 마켓은 전국구 행사다.
큰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30개 이상의 주요 도시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 이상 개장한다. 12월 초중순경 주말에 걸쳐 짧게 열리는 동네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합치면 3천 개는 족히 넘는다고 한다.(우리 동네 크리스마스 마켓은 12월7,8일에 열린다)
전통과 역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 뉘른베르크와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매년 각각 2백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도르트문트는 350만 명, 쾰른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4백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광장에 들어서면 '우와'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어디에 눈길을 두던 반짝반짝 형형색색의 불빛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에도 밤에도 어두운 독일의 겨울 날씨는 여기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어두컴컴한 하늘과 반짝반짝 불빛이 어우러져 깊숙이 숨어있던 로맨틱한 감성을 한껏 끌어올린다. 어느새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캐럴을 따라 부르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특히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부스에 다다르면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예쁘기 때문이다. 살 것도 없으면서 괜히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된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빠질 수 없는 글뤼바인(Glühwein)은 따뜻하게 먹는 와인이다. 보통 레드와인에 설탕, 오렌지, 계피 등 다양한 향신료를 함께 넣고 데운다(화이트 글뤼바인도 있다). 마트에서는 간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는 레디메이드 글뤼바인도 판다.
아이어푼쉬(Eierpunsch)라는 드링크도 판매한다. 에그녹(eggnog)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좀 더 익숙한 이 드링크는 우유, 달걀, 바닐라 등의 향신료를 섞어 만든다. 럼, 브랜디 등 알코올을 조금 섞으면 어른들을 위한 칵테일로 탈바꿈한다. (술에 달걀이라니. 생각만큼 역하지는 않지만 조금... 남겼다)
아이들은 따뜻한 카카오(Kakao; 코코아)나 킨더푼쉬(Kinderpunsch)를 마시면 된다. 따뜻하게 마시는 과일 펀치다. 마실거리를 주문하면 2~3유로 상당의 컵 보증금이 붙는데 해마다 컵의 디자인이 달라지므로 보증금 대신 컵을 가져와 모아두는 재미도 쏠쏠하다.
독일 축제에 소시지가 빠질쏘냐. 지역마다 대표하는 소시지 종류가 다 다르니 브랏부어스트(Bratwurst)도 꼭 한 번씩 먹어볼 만하다.
구운 아몬드(Gebrannte Mandeln)도 별미 중 하나다. 아몬드를 구워 설탕 등 달달이를 입힌 간식이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인기 주전부리인 커피땅콩과 비슷한 비주얼을 가졌다.
라이프치히(Leipzig) 크리스마스 마켓 / @sights-and-culture.com
기타 등등 즐길거리
어느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도 반드시 아이들을 위한 회전목마 한두 개씩은 있다. 아이들이 회전목마를 즐기는5분여의 시간 동안 어른들은 글뤼바인과 함께 짧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규모가 좀 큰 마켓에서는 관람차도 운영한다. 양초 만들기, 쿠키 만들기 등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은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 옹기종기 둘러 모여 함께 노래와 춤을 즐긴다. 마켓에 따라 산타나 '주님의 아이(Christkind)'라고 불리는 천사를 만날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독일에서는 산타 할아버지 외에도 선물을 가져다주는 캐릭터들이 꽤 있는데 '크리스트 킨트'도 그중 하나다. (관련 내용은 다른 꼭지에서 소개할 예정이므로 여기에서는 설명을 조금 아껴야겠다)
제가 바로 그 아이입니다. 다음화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크리스마스 관련 모든 장식품들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살 수 있다. 트리 장식품은 물론이고 솜사탕, 마시멜로우, 애플캔디 등 오만가지 달달구리, 아이들 장난감, 다양한 재질의 접시와 컵, 방한용품, 수제 액세서리까지 없는 게 없다. 전반적으로 가격은 그다지 착하지 않다는 게 조금 흠이다. 현금을 두둑이 챙겨가자.
세계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트 킨트(Christkind)를 실물로 만나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크리스트 킨트는 2년에 한 번씩 선발되며 크리스마스 마켓 개장 이벤트, 퍼레이드, 방문객 접대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세계 최초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6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Striezel(슈트리첼)'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먹는 전통 빵 슈톨렌(Stollen)을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다. 14m에 달하는 크리스마스트리는 독일에서 가장 크다.
드레스덴은 꼭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니어도 사시사철 방문하기 좋은 아름다운 도시다, 이 시즌에는 더 아름답게 빛나겠지!
@dresden.de
슈톨렌. 달고 맛있고 살찐다 / @Stollen-aus-Dresden.de
3. Berlin(베를린) ; 11/25~12/31
서울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독일의 수도. 그 넓은 도시 곳곳에서 80여개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변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가장 큰 마켓은 Gendarmenmarkt이다. 매년 5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샬롯 궁(Charlottenburg Palace)과 붉은 시청(Roten Rathaus) 앞에서 개최되는 마켓도 인기 마켓 중 하나. 이외에도 Spandau, Luciamarkt, Alexanderplatz, Potsdamplatz 등지에서도 다양한 테마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니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비교하는 재미도 있겠다.
@the Telegraph
4. Hamburg(함부르크) ; 11/25~12/23
독일 제2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자랑하는 시청광장에서부터 쇼핑거리까지 이어지는 거리를 독일 사람들은 '빈터발트(Winterwald)', 즉 겨울 숲이라고 부른다.
함부르크 시청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 @Radisson Blu Blog
홍등가에 위치한 'Santa Pauli' 마켓은 어른들만을 위한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성인용품 판매, 스트립쇼가 이루어진다.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크리스마스 마켓 중 하나. 사과는 프랑크푸르트가 속한 헤센(Hessen) 주의 특산품인데, 그래서 여기서는 구운 사과, 사과 파이, 사과와인 등 관련 먹거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 프랑크푸르트 공항 환승객들도 부담 없이 구경하고 가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Frankfurt Tourism
7. Rothenburg ob der Tauber (로텐부르크) ; 11/29~12/23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성벽 안쪽으로 중세시대 나무로 지은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아직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데, 여기에다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까지 더해졌다고 생각해보시라!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한 장의 엽서가 탄생한다.
'캐티 볼파르트(Käthe Wohlfahrt)'라는 유명 크리스마스 박물관 겸 상점은 이 곳에 본점을 두고 있다.
Rothenburg ob der Tauber /@GettyImages / Juergen Sack
망치로 깨 먹는 독특한 시식 방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유명세를 탔던 슈니발렌(Schneeballen)도 로텐부르크의 특산품이다. (그런데 이 빵, 사실 망치로 깨 먹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갓 구워진 빵은 그렇게 딱딱하지도 않다)
다양한 종류의 슈니발(눈을 뭉쳐놓은 모양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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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avennaschlucht(라벤나 협곡) ; 11/29 ~ 12/22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검은 숲)에 위치한 가장 독특한(unique) 크리스마스 마켓.
협곡 사이를 잇는, 높이가 40m에 달하는 철도교가 특징이다. 마치 영화 '설국열차'를 연상시킨다.
협곡 아래에 꾸며진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은 대림절 기간 중 주말마다 개장한다. 지역 특산품인 뻐꾸기시계와 수제 나무 장식품 등을 판매한다.
@123RF
연말까지 개장하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있는 반면, 정작 크리스마스 이브나 당일에는 문을 닫는 마켓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