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구심과 확신, 그리고 고통
유달리 마음이 잡히지 않았던 한 주였다.
나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나를 돌보고 싶은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데,
생각할 시간이 없다.
생각이란 걸 하기엔 내 몸이 너무 바쁘다.
그 정도로 우리 회사는 바쁜 회사다.
출근을 하면 모두 짧은 인사와 함께 각자의 자리에 앉아 주어진 일과를 시작한다. 10년을 일한 사람이든 오늘 들어온 신입이든 상관없다. 여기서는 누구든지 본인이 해야 하는 업무를 빠르게 터득하고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며 프로처럼 일을 해내야 한다.
압박감에 뒷 골이 당긴다.
내가 하는 일들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없다.
클라이언트의 기다림과 재촉, 그리고 마감일.
내가 하고 있는 일 모두가 중요하고 모두가 급하고 다 지금 당장 끝내야만 하는 그런 일들이다.
나는 분명 인턴이지만, 인턴이 아니다.
3주 전만 해도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나는 지금 하고 있다.
요즘 회사에서 페이퍼 파일의 늪에 빠져있다. 바빠 죽겠는데 자꾸 만들어야 하는 파일이 생긴다.
이것저것 회사 업무에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여 카테고리 별로 각각의 파일을 만드는 것. 그리고 정해진 폰트 사이즈로 파일명을 프린트하고 테이프 칠을 한다. 버블 하나 생기지 않게 깔끔하게 붙이려니 생각보다 어렵다.
다시,
다시,
다시,
다시,
또다시.
몇 번을 프린트기 앞을 왔다 갔다 한다.
테이프 칠 하나를 못하는 내가,
가위 질 하나를 제대로 못하는 내가 웃겼다. 하
하루는 왜 이렇게 빠른 걸까. 출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퇴근 시간이다. 끝내지 못한 일을 가지고 집으로 간다. 밥은 집에서 먹고 싶으니까. 분명히 매일매일 열심히 일을 하는데 해야 할 일은 줄어들지가 않는다. 일은 원래 절대로 끝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면 기존에 하던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업무를 같이 진행해야 한다. 오래 앉아있으니 허리가 너무 아프다. 목도 아프고 눈도 빠질 것 같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여기저기 아픈 곳들이 하나씩 나온다.
일주일 동안 배운 인디자인 기술로 웹 기사를 작성했다. 내 손으로 직접, 처음 만든 공식적인 온라인 잡지였다. 매일매일 일에 치이면서도 조금씩 손을 댔던 보람이 느껴졌다.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느낀 성취감이었다.
성취감.
힘들었던 감정들을 잠시나마 접어두게 만드는 마법 같은 감정이다.
워낙에 업무량이 많다 보니 잠을 잘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나 자신을 너무나 많이 괴롭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괴로웠던 것은 이 곳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계속되는 의구심과 작아지는 확신, 그리고 육체적인 고통 사이에서
나는 나 자신과의 물음을 반복하며 싸워야만 했다.
이 곳에 남는다면 내게 남는 것은 그저 버티는 것뿐일까.
아니면 정말,
나는 여기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면서 내 능력을 펼치면서 살 수 있을까.
숙제가 하나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