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삼아
이번으로서 인도 입국이 4번째다.
2017년 10월 13일, 60일짜리 e-visa를 가지고 처음 인도 땅을 밟았고
2018년 1월 31일, 이번에는 꼭 타지마할을 볼 것이라며 반드시 갠지스강을 앞에 두고 짜이를 마시겠다 다짐하며 6개월짜리 장기비자를 받았다. 그리고 그 해 4월, 나는 계획에도 없었던 네팔로 떠났고 홀린 듯이 히말라야에 오르며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친 후 다즐링으로 돌아왔다.
2020년 1월 11일, 또 인도에 왔다.
이제는 이 나라에서 한 번 제대로 살아보겠다면서.
가끔 주위 사람들이 말한다.
"너는 인도가 참 잘 어울려."
"왜?"
이렇게 반문을 던져보지만 나도 안다.
내가 이 나라에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그럴싸한 이유는 댈 수 없지만 그냥 내 느낌이 말해준다.
회사를 나온지도 벌써 2주가 되었고 그동안 나는 머무르는 도시와 숙소를 옮겼다.
그리고 많이 아팠다.
인도에서 배앓이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장염에 걸렸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걸렸다. 화장실과 침대만을 왔다 갔다 하며 지난 4일 동안 먹은 거라곤 물과 이온음료뿐이다. 처음에는 뭘 잘못 먹었나 싶었는데 그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이 원인인 것 같다.
항상 규칙적으로 잘 자던 애가 갑자기 한 시간마다 깨면서 하루 4-5시간씩 밖에 못 자는 생활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시체가 따로 없을 정도로 밀린 잠을 잤다.
인도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서야 겨우 눈을 떴다.
몸무게가 삼 킬로나 빠졌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 빠지던 게 이렇게 빠지다니,
오늘 아침, 오랜만에 커피를 끓이고 노트북을 열었다.
이제 난 어떻게 뭘 하면서 살아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히 그려보기로 했다.
비록 첫 도착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내가 이 땅에 있으니까.
위기를 기회로,
이 곳에서 내 미래를 그려나가 보기로 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위기라면 위기일 수도 있겠다.
다니는 직장도 없고 마음 편히 있을 집도 없다.
그리고 이 위기를 기회 삼아 다시 시작할 것이다.
분명 이 땅에서는 나를 부르는 곳이 반드시 있을 테니까.
어디서든 지금보다 힘들지 않을 것이다.
이젠 즐거운 일들을 많이 만들 타이밍이다.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