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멘탈의 개복치 탈출기 3-2
일단 팩트만 정리해 보자면
1. 2019년 6월, 엄마의 떡볶이 사건
2. 2020년 9월, 7년 연애 종결
3. 2020년 11월 중순, 정규직 전환 실패
4. 2020년 11월 말, 불안장애 증상 발현 (몸속 떨림, 심박수 오락가락, 약간의 호흡 이슈)
5. 2020년 12월, 각종 내과 검진 후 문제없음 확인
6. 2021년 1월, 정신과 내원 및 우울증&불안장애 진단
당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친한 언니가 ”사실 그다지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들은 아닌데 니가 왜 이렇게까지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다“고 말했었고, 나도 그게 정말 의문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인생의 전반에 걸쳐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지만 조금씩 데미지를 입히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쌓여왔던 것 같다. 아주 어릴 적부터 천천히,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날 때부터 또래에 비해 성숙하고 예민했던 내가, 그렇게 평생을 조금씩 참고 또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던 어느 순간, my dear 신경계가 “ㅎ? 나 이제 맛탱이 갈게?”라고 선언해 버린 것 같달까?
1년 전에 쓴 글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엄마와의 떡볶이 사건 직후, 거의 반쯤은 신체 증상 같은 아주 특이한 감각을 경험했었다. 문자 그대로 “발 밑이 없는 감각”을 아주 오랫동안 느꼈다. 그게 얼마나 심했냐면, 꿈에서는 거의 매일 신발을 잃어버리거나 맨발로 울면서 돌아다녔고 (나는 1년 365일 꿈을 꾼다), 현실에서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땅밑이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내 두 발은 바닥에 붙어 있는데, 마치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땅바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누워있어도 마찬가지였다. 내 몸 전체가 싱크홀 위에 둥둥 떠있고, 언제라도 암흑 속으로 추락할 것 같은 두렵고 불안한 감각이 꽤 오래 지속됐었다.
당시 심리상담을 해주셨던 교수님께서 일종의 해리 증상이라고 설명하셨다. 내 평생을 좌지우지했던 엄마라는 사람에게, 나를 낳은 내 부모에게 모든 신뢰를 깡그리 잃는 것은 사람의 근간을 흔들 수밖에 없고, 그 충격이 너무 버거워서 비현실적인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발 밑은 느껴지지 않고, 엄마 카톡만 봐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그녀를 보지 못했던 기간이 2년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2년이란 시간 동안 매주 심리 상담을 받으며 아주 조금씩 천천히 상처를 치료했고, 서너 시간 정도는 엄마와 마주해도 괜찮아졌을 즈음, 첫 돌파구가 내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