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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12. 2024

자랑질

기분 좋은 날

24년 01월 12일(금)

적당한 겨울날씨에 햇빛은 따사로웠다. 소람이 첫 친구 아린이가 친정 근처 강원도로 이사간지 9개월 만에 서울 왔다. 서울 시댁에 제사가 있어 온 김에 볼 수 있었다. 첫째 27개월, 둘째 8개월 딸둘맘 아린엄마는 나와 카페가 가고 싶단다. 카페 시그니처 메뉴를 시키고 2시간 동안 9개월간 서로의 근황을 쏟아냈다. 아린엄마는 우리의 만남이 현실세계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동갑인 우리는 여고생처럼 웃고 떠들었다. 아린이 시어머니께서 내 글을 구글에서 봤다고 하셨다. 신기해서 소름이 돋았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내 글이 아린이 시어머니께 닿았을까? 어머님은 일주일 전부터 내 글을 읽고 계신다고 하셨다. 이글도 혹시 보고 계실까?

 아린이 시어머니 감사해요!!

9개월 만에 만난 아린이와 이는 약간 면데면하다 곧 서로에게 관심을 가다. 27개월 아이들이 카페를 견딜 수 있는 2시간이 끝난 후 우리 집으로 가는 길. 요즘 글쓰기에 취미 붙인 나에게 아린엄마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벨이 울린다. 예전에 잠깐 근무했던 이벤트 대행사 대표님이다.


원경 씨, 잘 지내요?


어머, 대표님 웬일이세요?!

깜짝 놀랐다. 코로나 시기 이벤트 사업이 불황이었다가 요즘 꽤 살아나서 업장을 두 개로 늘렸다고 하신다.


대표님, 저 이제 27개월 애엄마예요. 애 보면서 집에서 글 좀 쓰고 있어요.


글은 회사 나와서 써. 자리 만들어둘게. 여자도 자기 일을 해야지.


제가 딱히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은데..


원경 씨, 센스가 있잖아. 잘할 거야




가정보육 중인 아이가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닐 예정이다. 아이가 기관에 가면 회사로 찾아뵙고 대표님과 차 한잔 하기로 했다. 내가 재취업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사회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매우 놀랍고 아직 살아있구나, 죽지 않았구나 싶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옆에서 통화를 들은 아린엄마도 축하해 줬다. 나는 내가 원하는 글을 쓰고 고, 아이 아직 어리니 야근 많은 대행사 근무는 무리다. 그래도 나는 기분이 너무 좋다. 신이 난다 신이 나.


남편에게 저녁밥을 차려주며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준다. 남편이 갑자기 일요일 자유시간을 준단다. 시댁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 올 테니 24시간 자유시간을 만끽하란다. 다음에 쓰겠다고 하니 다음에도 줄 테니 이번주에도 자유시간을 하라고 한다. 뭐지.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인가. 기분 좋은 일들의 연속이다.


기분이 좋아서 꼭 글로 기록하고 싶었다. 글 쓰는 김에 브런치 북도 만들었다. 아무렇게나 찌끄릴 수 있는 귀여운 일기장 하나를 산 느낌이다. 지나가다 누군가 이 일기장을 보셨다면 운수대통 만사형통 주식 부동산 모든 투자 대박 나시길 기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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