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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02. 2024

노량: 죽음의 바다

개봉 2023.12.20 (액션/대한민국/153분)

[24.01.01]

 남편찬스로 영화를 봤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라는 문장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서 이 영화를 봤다. 남편은 아이랑 키즈카페에 있다가 3시간 후에 만났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훗날 "응 나 그 영화 봤는데, 그거 이순신 영화잖아. 끝에 북소리가 너무 길고 러닝타임도 길던데."라고 하기엔 얻은 것이 꽤 깊어 얻은 것에 집중한 글쓰기를 해본다.


나에게 울림을 준 Best 명장면


뒤에서 지켜보던 명나라 수군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은 뒤에서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일본군들이 물러갈 것이라 했다. 일렬로 길게 펼쳐선 명나라 수군들이 뒤에 있다. 뒤에서 지켜보던 진린은 왜 가벼운 싸움이 아니냐 물으며 지켜본다. 결국 함께 싸운다.



긴 북소리

긴 전투 끝에 이순신 장군은 전사자들의 환영이 보인다. 그간 본인과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사람들이다. 죽어서 환영이 되어서도 나라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현존하지 않는 환영에게서 힘을 얻는다. 북채를 든다. 이순신 장군은 있는 힘을 다해 북을 친다. 북채가 찢어지고 적에게 상처를 입고도 계속 북을 친다. 적의 탄환으로 이순신 장군은 전사하지만 북소리는 더 크게 울려 퍼진다. 전쟁은 승리로 끝나고 북소리는 한참이나 이어진다.

 



 명나라 수군 도독은 전쟁 전날 밤하늘의 유난히 빛나는 별을 보며 누구를 떠올렸을까. 그 또한 중국에서 군정을 맡은 지방 관청으로서 그의 위로는 황제가, 아래으로는 수많은 군사들이 있다. 본디 의로운 사람이 아니었지만 진린은 대등한 위치에서의 이순신장군의 모습을 보며 변화한다. 신의를 지키고 뒤에서 지켜보다 전쟁의 징후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결국 함께한다. 본인과 국가의 이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을 것이고 그 위에 이순신 장군에 대한 두터운 신뢰와 존경이 함께했을 것이다. 뒤에 있던 명나라의 존재는 적군(왜군)에게는 위협이 되었을 것이고 우리나라 군에게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북소리.

영화를 감상하며 선입견을 가지게 될까 나는 영화를 다 본 후 감상평을 보는 편이다. 어젯밤 영화 감상평을 보니 "러닝타임이 지루했다. 북소리가 너무 길어서 노이로제 걸리겠다."라는 감상평이 기억난다. 15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북소리도 꽤 긴 편이다. 나는 그래서 너무너무 좋았다. 내가 관계자로 참여했다면 앞부분 서사를 줄이더라도 북소리는 그대로 가자는 의견을 냈을 것 같다. 어릴 때 사물놀이을 배우며 북을 쳐본 적 있지만 그렇게 웅장한 북소리처음이었다.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보다 웅장했다. 처음에는 아군들의 사기를 북돋으려 시작한 북소리가 길어질수록 적군에게는 괴로운 고통의 소리로 위축되게 한다. 지치지 않는 웅장한 북소리는 <에게나 동일한 크기와 형태의 소리>지만 듣는 이의 상황에 따라 달리 들린다. 그 상황에서 북소리 말고 아군에게는 힘찬 격려를, 적군에게는 고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었을까. 이순신 장군의 죽음 이후 북소리가 멈췄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국가, 대기업, 중소기업, 1인기업, 시장, 마트, 병원, 학교, 학원 등 모든 기업에는 사람이 일한다. 사내의 사람관계일 수도 있고 거래처 또는 협력사와의 관계일 수도 있다. 우리는 리더와 팀원이 존재하고 어디든지 이끌어 주는 사람과 충실히 본인의 임무를 수행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본인도 참 두렵고 무서웠을 상황에 이순신 장군은 본인을 위한 사람들을 보며 힘을 얻었고, 이순신 장군의 지치지 않는 독려를 마주한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승리한다. 국가 간 전쟁이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보면 결국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다. 나는 누군가의 힘이 되어 준 적이 있었나, 뒤에서 묵묵히 독려해 준 적이 있었나, 바른 길로 인도해 준 적이 있었나, 가장 두려운 순간을 함께해 준 적이 있었나?


내가 속한 세상에서 북소리는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 사는 이야기다. 모두가 긴 러닝타임 속에 지치지 않고 나를 돌아보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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