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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15. 2024

빠에야를 만들어 준 사람

심은하 닮은 가영언니

원경아 안녕? 깜박하고 있다가 급생각나서..ㅋㅋ 근데 내 사진이 진짜 없더라. 사진이 별로라 오늘 회사 로비에 있는 스벅 와서 찍었어ㅋㅋ 필요하면 쓰고 안 해도 마음만으로 고마워~


 워킹맘인 가영언니도 프사는 딸사진으로 가득 차있다. 가영언니는 외국계 B사 근무시절 함께 일했던 동료다. 언니는 서울사람이고 나는 부산사람. 언니는 서울 사무소에서 일했고 나는 경남 김해 생산라인이 있는 사업장 본사에서 근무했다. 언니는 영업 1팀, 나는 영업 2팀이었다. 근무 3년 차쯤 회사 시스템이 MAPICS에서 SAP로 바뀌게 되면서 SAP 세팅을 위해 해외에서 SAP Setting 팀이 구성되어 김해 본사로 모였고 서울사무소 근무였던 가영언니도 김해로 왔다. 언니는 한 달 정도 회사에서 구해준 원룸에서 지냈다. 언니가 한 달가량 김해에서 지내면서 월말 마감이나 야근이 꽤 늦을 때 언니네 원룸에서 함께 지냈다. 그 시간들이 10년 전인데 아직도 흐리지 않게 기억난다. 언니의 첫인상은 정말 뽀얀 얼굴에 자그마한 체구지만 깡이 있어 보였다. 쉽게 다가설 수 없을 것 같은 서울내기? 같은 깐깐함도 있어 보이고 세련된 서울말을 구사하는 언니는 부산여자였던 나에게 그 자체로 뭔가 신비로워 보였다. 언니는 일도 똑 부러지게 잘했다.

언니 닮은 예쁜 딸

 언니네 원룸에 함께 묵던 어느 날 언니는 스페인 여행에서 샀던 빠에야 가루를 가져왔다며 조개, 쌀을 볶아가며 에야를 만들어줬다. 글을 쓰면서 조개는 언제 어디서 샀을까 궁금하다. 10년 전 빠에야 가루를 처음 봤던 나는 그 요리가 매우 신선했다. 부지런히 볶은 쌀과 조개는 빠에야 가루와 합체하자 처음 맛보는 스페인 볶음밥이 되었다. 신기해하는 나에게 언니는 집에 가서 해 먹어 보라며 빠에야 가루를 선물로 줬다. 밥을 먹고 씻은 후에는 도란도란 이불 깔고 누워서 회사에서는 못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때 언니의 남자친구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분은 언니의 남편이 되었고 현언니는 귀여운 딸맘이자 워킹맘이다.


 가까워지며 알게 된 언니의 본캐는 약간 엉뚱하기도 하고 세상 여린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었다. 겉보기 냉랭하고 차가워 보인 첫인상과는 갭이 상당했다. 알수록 더 따뜻한 언니를 꽤 오랜만에 만난 건 우리 동네 남쌈 집이었다. 나는 당시 임신 중이었고 언니는 이미 어린이집 다니는 딸맘이었다. 언니와 나는 엄마가 되었지만 언니를 마주하면 20대 중반의 철부지 나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특정한 음식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 '스페인, 빠에야'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함께 매칭되는 가영언니. 서울에 친인척 없이 홀로 올라왔을 때 서울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언니의 따스함 덕분 아니었을까, 언니와 곧 만나게 되는 날에는 스페인 요집에 가고 싶다. 새하얀 얼굴에 웃는 언니의 미소가 떠오른다. 만나면 예쁜 언니 모습도 한 장 찍어와야겠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으며 나고 오는 길은 항상 따뜻 사람, 에게 빠에야를 처음 맛 보여준 서울여자 가영언니는 나의 귀인 16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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