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경 Jan 16. 2024

퇴사동지 소송동지

미안하고 고마운 동료 G

근황을 전하자면 사실 저도 이번달 초에 결혼했어요 저도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답니다.. ㅋㅋㅋ

 타인의 행복한 결혼식 소식 이렇게나 기쁠 수 있을까. G는 23년 12월 초 결혼했다고 한다. 우리는 모피회사에서 2018년 6개월 함께 근무했던 동료사이다. 나는 실장이었고 G는 웹디자이너였다. 우리는 같은 날 퇴사했다.


지난 17화의 W 변호사님과 함께 만난 사이다.

 G는 내가 모피회사 입사 전부터 수년간 근무 중 웹디자이너였다. 잦은 직원 변동, 입퇴사자 들을 반복적으로 보면서도 본인의 일을 꿋꿋이 해온 타인보다 남에게 집중하며 마이웨이로 일하는 직원이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보였지만 매우 이성적이라 본인에게 해가 끼치는 것은 명확하게 선을 긋는 친구. 그 친구는 본인 판단하에 퇴사를 결심했지만 시기적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고래싸움에 새우등터진격으로 모피회사 대표에게 소장을 받았다. 민감한 부분이므로 상세 내용은 생략한다. 퇴사자 3명에게 민사소송을 걸었던 H대표는 피고 1. 피고 2. 피고 3에게 3,000만 원, 2,000만 원, 1,000만 원을 청구했다. 2년이 넘는 소송 후에 결론은 100%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봐도 G의 역할이 승소판결에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H대표는 피고 2. 피고 3을 회유하고 나에게 모든 죄를 묻고 싶었다. 그중에서 중심을 잡고 뚝심 있게 마이웨이로 나보다 더 강한 멘로 소송에 도움 되는 증거자료 취한 이가 G였다.


 함께 일하는 동안은 G의 이런 면모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이런 일을 겪을 줄도 몰랐지만.. 모든 소송 과정과 내막을 아는 남편은 피고 1, 피고 2, 피고 3 중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 G라고 했다. G는 법 공부를 했으면 한자리했을 것 같다. 웹드라마 트레이서에 나오는 임시완의 목소리와 말투가 G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며칠 전 통화에서 인지했다. G는 다양한 이의 접촉, 어떠한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미안하고 미안한 친구다. 나를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빙빙 돌리는 이야기들로 말끝을 흐릴 때면 G는 "그래도 누나 우리 승소했잖아요. 그럼 됐죠!!ㅎㅎ"라고 웃어준다. 나는 이 친구가 잘돼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안도할 수 있었다. 나만 행복한 안정을 찾은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미안함은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혹시 캐치티니핑 아세요?
누나 애기도 좋아해요?
G가 보내 준 선물박스

 G여아들의 워너비 캐치티니핑의 다양한 제품을 약국에 납품하는 회사의 디자이너이자 사위가 되었다. 어느 날 캐치티니핑 제품들이 한 박스 도착했다. G 덕분에 소이는 환호성을 렀고 아이 친구들에게도 선물했다. 너무 기뻤다. 비로소 마음의 짐이 사라지고 감사함만 남았다. G가 잘돼서 너무 좋다. 나만 평안해졌나 싶어서 근황이 궁금해도 망설였다. 연말핑계로 23년 마지막 날을 핑계로 연락했더니 이렇게 큰 선물을 준다. 망설인 만큼 더 반갑고 더 좋았다.


 지난달 영화 노량을 보며 피고 2, 피고 3이 생각났다. G는 나의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다 함께 싸워줬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북소리가 길게 울렸다. 봄기운이 샘솟는 3월에 만나 늦은 축배를 들 예정이다.


미안하고 고맙고 대견한 G는 나의 귀인 17호다.

이전 18화 빠에야를 만들어 준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