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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Apr 26. 2024

도파민은 전염된다.

활력 바이러스

24년 04월 19일 (금)
"오빠 운동해야 해. 오빠도 운동해야 해!
어머님이 오빠 운동하래!!"

남편이 드디어 운동을 시작했다. 암만 말해도 하지 않던 사람이 아파트 헬스장 운동 1일 차다. "할 거야. 할 거야" I will 만 외치던 사람이 내가 필라테스를 하고, 요가를 다니니 드디어 본인도 헬스를 등록해 달란다. 7시 이후로 금식하라고 그~렇게 말해도 듣지 않던 사람이, 무슨 바람인지 이제 우리 집은 저녁 7시 이후로 금식이란다. 나는 너무 좋다. 6시 이후 금식을 지향하는 나는 야식을 즐기던 남편 덕에 다짐이 무너지곤 했다. 옆사람도 함께하니 정말 좋다. 김치찌개, 부대찌개 등 건강과 무관한 음식은 점심시간 밖에서 따로 해결하기로 한다. 공식적으로 건강한 재료로 아이와 함께 먹을 요리만 하기로 합의 본다.

다음에 따라해보고 싶은 레시피 [쎄르클 한남]
버섯볶음과 콩나물국, 양배추두부유부쌈, 가지애호박덮밥

24년 04월 20일 (토)

찜질방에 다녀왔다. 찜질방 안에서 저녁을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건강식단에서 일탈이 고픈 우리 부부는 훠궈야를 갔다. 오늘따라 대기가 길어 한 시간을 기다렸다 먹으니 더 맛있다. 술을 안 먹는 나는 알싸한 마라맛이 매우 자극적이라 도파민이 폭발하는 느낌이다. 땀 빼고 먹으니 더 꿀맛이다.

찜질 후 마시는 바나나우유

지난주 내내 황사, 미세먼지 최악이었는데 오늘 종일 내린 비 덕분에 공기가 일주일 만에 맑음이다. 밤 11시. 집 창문을 다 열어두니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공기가 깨끗하고 상쾌하다. 눈감고 이 바람을 맞으면 여기가 지상낙원이다. 얼마 만에 깨끗한 이 공기를 마시는 건지.

우래기 발이 언제 이렇게 자랐지

금세 커버린 내 딸랑구 발을 만지작거리며 여고시절 자주 듣던 <엠씨더맥스-잠시만 안녕>이 듣고 싶어 듣고 있다. 묘하게 이 봄바람과 꽤 잘 어울린다.


24년 04월 21일 (일)

오후에 서울숲에 갔다가 명동교자에서 칼국수를 먹고 왔다. 해 없는 흐린 하늘이지만 미세먼지 없이 시원한 바람은 마치 바닷바람 같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소람이가 좋아하는 그네도 타고(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마치 롯데월드처럼 줄 서서 그네를 탔다.) 철봉도 하고, 뜨끈한 칼국수도 먹고 명동거리를 거닐며 사람구경을 하고 왔다.

서울숲 그리고 명동

24년 04월 22일 (월)

연어가 먹고 싶어 컬리에서 시켰는데 연어샐러드와 함께할 소스의 유통기한이 지났다. 새벽배송을 시킬까 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소스가 없다. 레시피를 찾아보고 직접 만들었는데 앞으로도 만들어 먹어야겠다. 쉽고 더 맛있다.

오늘 아침 남편 밥상(with 직접 만든 홀스래디쉬 소스)

홀스래디쉬 소스 레시피


나눔을 행하는 자는 소진되지 않는다. 그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하는 통로다.

-오늘 요가수업에서 선생님이 전해주신 메시지-

요가 세번째 시간

병아리콩 후무스. 메밀유부초밥 샐러드.

메밀초밥 아래 깔린 후무스에 박아둔 다양한 칩(연근칩, 당근칩, 라임칩, 고구마칩, 청무칩, 적무칩..) 플레이팅. 다양한 자연의 색은 무해해 보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 보이는 느낌이 든다. 각양각색의 칩들은 생동감을 준다. 이 칩들은 매장에서 직접 만들었을까, 시판제품일까 함께 먹는 친구에게 물으며 먹었다. 왠지 시판 느낌이 나서 검색해 보니 쿠팡에 동결건조 채소야채칩이 많다. 일상에서 자주 섭취하지 못한 청무칩, 적무칩을 먹고 싶었는데 원산지가 아쉽다. 아쉬운 대로 국산 당근, 비트, 고구마 세 가지로 최대한 잡다한 것 덜 들은 제품으로 주문해 뒀다. 하원 후 놀이터 간식으로 챙겨 다녀야겠다. 맛있고 포만감도 좋았던 후무스. 야채칩을 찍어 싹싹 긁어먹었다. 병아리콩을 불려 삶고 믹서기로 갈면 완성인데.. 집에 와서 만들어 볼까 고민하다 유방외과 선생님이 콩을 쪄서 먹거나 갈아먹지 말라셨던 것이 생각났다. 다음 검진 때 이유를 여쭤봐야겠다.

메종파이프그라운드(서울숲 D타워)

24년 04월 23일 (화)
연근밥과 해독주스

내일 아빠가 오신다. 낮에 아빠가 주무실 방청소, 이불빨래를 했다. 소람이가 저녁에 밥이랑 우유를 많이 먹고는 밤에 침대에서 누워 기침을 하다 토해버렸다. 토한 이불, 옷을 애벌빨래 후 세탁했다. 오늘은 하루종일 이불 빨래를 하는 듯하다. 내일 아침에 운동 가기 전 소아과에 들러야겠다.


24년 04월 24일 (수)
소고기 볶음밥 & 사과 토핑 샐러드

요즘은 7시에 일어난다. 아침밥을 준비하고 아이 밥을 먹이고 씻긴 후 옷을 입히고 머리를 묶어 등원시킨다. 오늘은 등원 전 소아과에 들렀다. 다행히 폐, 편도는 괜찮고 콧물 때문에 그렁한 기침소리로 들릴 수 있다고 한다. 며칠간 약을 먹여야겠다.

D+929 소람이 키 몸무게

10시 5분쯤 등원 후 10시 반까지 요가원으로 갔다. 마음이 아침부터 바쁘다. "빨리빨리 늦었어"를 외치는 내가 좀 못나 보인다. 평안하고 여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되고 싶은데 나는 오늘도 다급하고 사소한 것에 화가 난다. 사소한 못난 감정을 알아차리면 이미 늦다. 요가와 명상이 일상에 필요한 이유다.

나의 안식처. 요가원

내일이 결혼기념일이다. 한 달 전 미리 결혼기념일 선물을 받았다. 1년간 위시아이템이었다. 문신템으로 삼을 목걸이를 남편에게 받았는데, 월수금 요가를 다니다 보니 이 또한 평소에 빼고 다니게 된다. 운동하지 않는 날이거나 가끔 기분내고 싶을 때만 한다. 요가를 시작하니 물욕이 조금 사라지는 듯하다. 화려한 액세서리 없이도 그저 멋지고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3년차 결혼기념일 선물

남편에게 줄 결혼기념일 선물은 갓 운동을 시작한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운동복 세트다. 자켓, 바지, 반팔티를 샀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남편이 선물해 준 목걸이에 비할 바 안 되겠지만 내 능력껏 적당선 최선으로 골랐다.


아빠가 보내 준 결혼기념일 아이스크림케이크

할아버지를 그토록 찾던 소람이. 아빠가  10시쯤 역에 도착하셨다. 남편과 소람이, 셋이 함께 모시러 . 거실에서 한 시간쯤 손녀와 아싸를 외치며 놀아주시다가 잠드셨다.


아빠가 오시니 좋다.


24년 04월 25일 (목)

오늘은 등원을 안 했다. 원래는 친정아빠와 소람이. 셋이 야외로 나가려 했는데 소람이 감기 때문에 오전에는 공동육아방(실내 놀이방)에 아빠랑 함께 갔다가 점심에는 파파존스 피자를 포장해 와서 집에서 먹었다. 그 사이. 1시쯤 나이키 매장을 들렀다. 58년 개띠. 아빠는 아직 현역으로 일하신다. 정년퇴직할 나이에도 열심히 일하는 아빠가 보기 좋다. 뭔가 해드리고 싶은데 어제 남편 선물로 샀던 트레이닝 복을 아빠에게도 사드리고 싶다. 내가 누리는 것을 다 나누지 못하는 미안함, 아쉬움. 그것을 대신하기 위한 소소한 마음표현이다.


집에 와서 포장해 온 피자를 먹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아빠와 나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대화를 잠깐 나눴다. 암묵적으로 서로 묻지 않았던 그 시절의 이야기. 아빠 기차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우리의 대화는 더 길어졌을까. 깊어졌을까. 그러면 더 좋았을까. 가벼워졌을까, 무거워졌을까..


그 대화는 딱 15분이었다. 어떤 흐름으로 인해 이어진 이야기. 편안한 어조로 담담하게 아빠와 대화를 나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오후 3시. 아빠를 배웅해 드리고 왔다. 집에 와서 아이를 재우다가 나도 기절하듯 잠들었다. 이래저래 피곤했나 보다. 오랜만에 아주 몸이 지친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힘들 것도 없는 날인듯한데 꽤 많이 피곤했다. 친정부모님이 왔다 가시면 마음이 묘하다. 오시기 전에는 설렘이고, 만나면 짠했다가 고마웠다가.. 가실 때면 마음이 무겁다.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는 다 닿을 수 없어서  마음이다.


그리고 나는 현재로 돌아온다.

소람이 엄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우리 남편의 아내로서.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본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본다.


이번에 아빠가 오셔서 좋았던 것 중 베스트는 <당근×토마토 해독주스> 전파이다. 아침식사 후 내어드린 당근 토마토 주스는 아빠의 극찬을 받으며 레시피 공유를 요청받았다. 매일 만들어 드시겠다는 약속을 받고 트라이탄 텀블러와 세척솔을 선물로 챙겨 드렸다.

당근×토마토 주스(찜기로 찌는 것이 포인트!)

<당근×토마토> 해독주스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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