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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밥일지

콜리플라워 당근 팽이버섯 루꼴라 솥밥

노른자 봉긋한 계란프라이 하는 법

by 별경
3인분/40분 소요
콜리플라워 200g
당근 1/4개
팽이버섯 1봉
다진 마늘 2t
루꼴라 한 줌
계란 원하는 만큼
늘보리 압맥 100g
칼집 현미 100g
코인육수 1개
올리브오일 3T

[231208 / 금요일]

남편이 출근시간을 앞당긴 첫날이다. 새벽 2시 넘어서야 잠들었지만 7시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나 아침은 여유롭다. 1분만 더 자고 싶다며 늦장을 부린 날에는 소소한 아침밥 한 그릇, 사과 한 접시, 남편 영양제와 작두콩차 한잔 챙겨주는 것도 허둥지둥 정신이 없다. 출근 전 아침밥상을 기다리며 지켜보는 사람도 조급할 것이다.


새벽 두 시 Take Me Home, Country Roads(존 덴버)를 듣다가 엉엉 울어버렸다.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여간해서 눈물 흘린 적이 없는 나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의식의 흐름대로 노래를 듣다가 감정이 북받쳐 눈물콧물 쏟아낸다. 정확히 우는 이유는 모르겠다. 보통 가사나 음률에 마음이 동요되는 듯한데 내면에 꾹꾹 눌러 담아 둔 무언가가 음악의 효능으로 터져 나오는 모양이다. 작년 이맘때쯤 눈물을 왈칵 쏟은 날에는 《양희은 - 엄마가 딸에게》가 함께했다.


오늘은 덕분에 퉁퉁 부은 눈으로 아침 준비를 했다. 9시 20분에 히히 호호 방문미술 선생님이 오시는데 붕어눈을 보고 놀래실 듯하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퉁퉁 부은 분이 민망하여 주방 조명 빼고는 불을 꺼뒀다.




1. 통곡물을 10분 불린 후 강불에 올리브오일 1T와 코인육수 1알을 넣어 뚜껑 닫고 5분 끓인다. 파르르 끓어오르면 중불에 15분 끓여준다.

2. 콜리플라워는 한입 크기로 송이를 잘라주고, 줄기는 먹기 좋게 편 썰어 준다. 볼에 콜리플라워가 충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식초 1T와 함께 5분 둔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궈준다.

3. 당근은 적당히 다지고 팽이버섯은 아래기둥을 잘라낸 후 한입 크기로 썰어준다.

4. (1) 중불 예열한 팬에 올리브오일 1T를 두르고 다진 마늘 1t와 다진 당근, (2) 다진 마늘 1t와 팽이버섯을 볶아준 뒤 (1)(2)를 섞어 소금, 후추 간하여 볶아준다.

5. 중불 예열한 팬에 올리브오일 1T와 콜리플라워를 소금, 후추로 간하여 볶아준다.(브로콜리는 열에 약하지만 콜리플라워는 열을 가해도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통곡물 밥에 물기가 살짝 자작하게 있을 때 볶아 둔 당근, 팽이버섯을 얹어다.

6. 콜리플라워를 얹고 무쇠솥은 제일 약한 불에 10분 더 끓인다. 단백질을 보충해 줄 계란프라이를 만든다.(Tip : 계란프라이는 계란을 터트리고 흰자가 절반 정도 익으면 팬에 소주컵 한 컵 정도 물을 부은 후 뚜껑을 닫아 증기로 익힌다. 뒤집지 않아도 모양이 완벽하다. 시간 조절에 따라 봉긋하고 두루 잘 익은 반숙, 완숙 모두 가능하다.)

7. 콜리플라워 위에 스모크 파프리카 파우더를 솔솔 뿌려준다. 파프리카 파우더 만으로도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는데 스페인 볶음밥 빠에야가 생각난다.

8. 쌉쌀하고 고소해 중독성 있는 루꼴라, 훈제향이 나는 파프리카 파우더, 부드럽고 단단한 콜리플라워의 조화가 참 매력적이다. 완성 후 콜리플라워와 루꼴라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뿌려주면 더 좋다. 오늘은 흰색 바탕에 주황주황하고 초록초록한 싱그러운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해 본다.


아무에게도 들키기 싫었던 퉁퉁 부은 눈. 새벽기운에 취해서 그랬나 싶어 아침준비 중에도 한곡 반복으로 들어본다. 여전히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 남편에게도 들키기 싫었던 붕어눈. 갑자기 나는 "오빠 나 새벽에 울었다."라고 말해버렸다.



남편이 "무슨 일이야." 물었다.


나는 남편 귀에 이어폰 한쪽을 끼워줬다.


남편은 나를 꼭 안아줬다. 그리고 나눴던 이야기,

오늘 나의 아침 의식의 흐름은 《삼한사온 부부의 대화》에 이어서 록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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