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었나?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었나?
어제 A가 물었다. A와 통화 중에 화가 올라왔다. 오랜만에 불쑥 올라오는 화를 그대로 표출했다. A에게 화낸 것은 아니지만 내 목소리, 말투, 표정은 화가 나있었다. "그냥 좀 피곤해서 그런가 봐."라고 첫 대답을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란 것은 대답하는 순간에도 알긴 알았다. 다만 깊이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답을 알아가는 과정이 좀 귀찮게 느껴졌다. A와 전화를 끊고 설거지를 하다가 대략적인 화의 원인을 생각해 보고 다시 전화해 나의 마음 상태를 서술했다. 나름의 화의 원인을 분석해 설명하고, 미안하다 사과했다.
오늘 B의 전화를 받고 오늘 또 올라오는 화를 마주했다. 이미 불쑥 올라와버렸고, 벌써 화에게 잠식 돼버렸다. 화의 원인은 A도 B도 아니다. 등장인물이었던 C도 아니다. A는 말했다. 어제, 오늘 화가 많이 느껴진다고. 너는 원래 화가 많다고, 마음공부 한다더니 아직 더 닦아야겠다고. 잘살고 있을 때 좋은 건 누구나 좋을 것이고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화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앞으로 더 성숙할 나를 응원한다고 했다.
기대가 만든 실망,
내가 만든 감정을 버린다
설거지를 하다가 냉동실에서 생초콜릿을 하나 꺼내 머금었다. 기분이 한결 낫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어제오늘 왜 이리 예민했을까, 왜 화가 났을까. 나에게 가장 큰 스승은 나에게 가장 큰 괴로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만 아니면', '저것만 아니라면 모든 게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나를 봤다. 그 정도 괴로움을 괴로움이라 느끼는 매우 평안한 현 상황에 감사하는 내가 되길 바란다. 타인을 바라보는 기준을 나로 삼는 나의 무지함과 무모함을 반성한다.
오늘의 득은 중간점검이다. 어떤 상황에도 나 스스로 괜찮을 중도를 지키는 것. 그러고 보니 지난주는 연휴라 일주일간 요가수련을 못했고, 오늘은 요가원 수업이 폐강되어 하루를 건너뛰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부족함을 느끼며, 빨리 요가수련을 하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