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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밥일지

흙생강+소주로 생강술 만들기

알고 보면 너무 무서운 생강의 흰 곰팡이

by 별경

23년 11월 9일 흙생강 300g을 처음 사봤다.

인생 첫 생강술을 만든 것이다.

초밥 먹을 때 생강 절임이나 먹었을까

생강은 내 인생에서 0.00001%의 비중으로

있어도 없어도 되는 것이었다.

그런 내가 요리를 해보겠다 마음먹고

일주일쯤 지나 각종 비린내 제거 및

감칠맛을 올릴 생강술의 필요성을 느껴

생강술을 만들어 봤었다.


사실 깐 생강을 사면 진짜 너무 쉽다.

깐 생강이면 5분 안에 할 수 있다.

그럼 왜 수고롭게 흙생강을 사냐 물으면

수분 많은 생강은 온도습도에 예민해

보관 중 흰 곰팡이가 핀 경우가 많다.


생강에 핀 흰 곰팡이는 발암물질인데

약간 핀 곰팡이는 씻어내고 쓰면 감쪽같을 것 같고

그 부분만 잘라내고 쓰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식품 및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식의 바다 포털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흰 곰팡이 핀 생강은 이미 전체에 발암물질이

퍼진 것으로 모두 폐기할 것을 권고한다.


나와 가족이 먹을 재료임에도

아까워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시중에 파는 수많은 깐 생강, 다진 생강들..

과연 흰 곰팡이 폈다고 주저 없이 폐기할수 있을까?

그냥 그런 물음표가 생겼다.


그래서 그냥 요리를 시작한 이후로

의심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고

의심 많은 나는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한다.


전 날 생강술 담을 용기를 열탕소독해 말리고,
생강껍질을 제거하고
편 썰어서 믹서기에 소주랑
생강 1 : 소주 2 비율로 갈면 완성이다.


모든 요리가 그렇듯

재료 다듬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생강은 울퉁불퉁해서 사이사이 흙이 끼여있다.


햇생강은 물에 20분 정도 불려뒀다가

수세미로 살살 벗기면 껍질이 잘 벗겨진다.

사이사이 낀 흙은 제거하기 어려우니 틈사이를

잘라주고 수세미로 긁어내거나

칼끝을 이용해 깨끗이 다듬는다.


한 번 해봤다고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아는데

그래서 시작의 설렘은 덜하다고 할까.

한 번 해봤다고 약간의 귀찮음이 느껴진다.

괜히 흙생강을 샀나?


하루를 미뤄 흰 곰팡이를 만날까 두려워

얼른 흙생강을 물에 담가둔다.

이 생강들은 감사히도 아주 깨끗한 흙생강이다.

마켓컬리에서 산 것인데, 어제 대형마트에 갔더니

매대의 모든 생강에 흰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참 아쉬운 마음,

담당 직원의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흙생강은 사온 당일 깨끗이 다듬고 채 썰어

냉동보관하거나 생강술이든 생강청이든

내가 하려 했던 것을 실행해야 한다.


흙생강은 나를 부지런하게 만든다.

조잘조잘 쇼파에서 얘기하던 아이가

조용해서 가보니 저대로 잠들어 있다.

잘 때가 제일 이쁘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드디어 다 깠다.

이쯤 되면 뿌듯함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칼로 쓱쓱 편썰때마다

생강향이 코를 찌르는데 천연 생강 테라피다.


미혼적에는 아로마 마사지를 참 좋아해

월급날에는 아로마 마사지를 받으러 갔었는데,


음, 생강 테라피도 나름 좋네.

내가 어디서 이리 진한 생강향을 즐길 수 있을까?

매운 생강 향이 너무 좋다.

생강술에 들어가는 소주는 진로를 샀다.

이유는 그냥 예뻐서 샀다. 아무 소주나 상관없다.

소주 1200ml, 생강 600g을 믹서에 넣는다.

양이 꽤 많다.

500ml 3병과 자투리가 남을 것 같은데

한 병과 자투리는 내 꺼, 두병은 선물할 생각이다.

누구에게 선물할까?

거품이 보글보글

생강술 완성이다.

열탕소독한 용기에 넣고 라벨을 붙여준다.

뿌듯다.

한 병은 친정엄마 오시면 드리고,

한 병은 주말 시댁 갈 때 가져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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