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맥케이 감독의 영화 바이스는 2001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권력 장악에 관한 과정을 폭로하는 정치 영화이다. 딕 체니는 아직까지 잘 살고 있으며 현재 공화당이 여당인 미국의 상황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고 개봉하다니 역시 이런 면에서 미국이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한 정치 상황을 블랙 유머와 위트 있는 편집으로 지루할 틈 없이 보여주는 바이스는 시작과 결말의 배경이 같다.바로 2001년 쌍둥이 빌딩을 공격한 9.11 테러다. 이 사건으로 부통령 딕 체니가 사실 대통령 조지 부시보다 더 강한 통치권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이어진 이라크 침공 또한 조지 부시는 허수아비일 뿐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럼 어떻게 딱히 잘난 것도 없는 이 양반이 역사상 유례없는 권력을 가진 부통령이 될 수 있었는가를 딕 체니의 젊은 시절부터 보여주며 영화는 진행된다. 그 후 줄거리는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에서 밝혔듯이 진보의 시각으로 그러나 비난이 아닌 비판적인 시각으로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덜덜이 허수아비 조지 부시가 이 영화의 웃음 사냥꾼ㅋ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1. 이슬람 종파 갈등
영화에서 계속 언급되는 수니파.
무슬림은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이슬람은 마호메트가 창시한 종교로, 마호메트 사후에 정통 무슬림 수니파와 마호메트의 사위이자 사촌동생인 알리를 후계자로 주장했던 시아파로 갈라졌다. 이 갈등 과정에서 알리와 알리의 후손이 살해되면서 수니파와 시아파는 적대감이 커졌다. 이 뿌리 깊은 적대감이 시리아 내전을 비롯해 수많은 이슬람 내전을 야기했다.
2. 사담 후세인
딕 체니가 공격하고 싶어 하는 후세인.
영화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이라크는 시아파가 대다수인 국가이다. 그러나 소수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이 다수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고, 그는 친소 반미의 독재자였으니 미국으로서는 눈에 가시였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는 이란과 이라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가 수니파다.
주황색이 수니파, 빨간색이 시아파(이라크, 이란 지역)다.
3. 9.11 테러
이 영화의 핵심 사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계기가 되는 9.11 테러는 아프가니스탄의 극단주의수니파 무슬림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저지른 항공기 납치 자살테러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쌍둥이 빌딩과 국방부 펜타곤이 공격당했고, 수천 명이 사망하고 부상당했다. 9.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의 수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니파 출신의 그 유명한 오사마 빈 라덴이다.
9.11 테러는 수많은 사상자를 낸 초유의 테러가 백번 맞으나 열 받은 미국도 잔인했다. 무슬림 인질에 대한 반인륜적인 고문과 학대, 조롱이 사진과 영상으로 당시 인터넷에 돌아다녔고, 직접적으로 9.11 테러에 가담하지 않았던 이라크를 침공했다.
4. 이라크 전쟁
딕 체니와 미국은 왜 비난받았을까?
9.11 테러 이후, 이라크의 대량살상 무기 개발과 테러 지원 차단을 명목으로 미국이 이라크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였지만 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친 후, 딕 체니가 대표이사로 있는 석유 시추 회사 핼리버튼의 주가가 고공 상승했다. 결국 석유 때문에 수많은 사상자를 낸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5.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ISIS
영화에서도 화룡점정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의 이름으로 잔인한 테러 행각을 벌여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극단주의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를 만든 것도 이라크 전쟁이 한몫했다. 미국의 무리한 이라크 침공과 사담 후세인 사형으로 분노한 수니파 무슬림 중 일부가 IS 단체를 만들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더 심한 테러단체가 탄생하였다. 이 자체 만으로 실소가 나오는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IS의 수장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 아직 현상수배 중이다.
보수인가 진보인가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지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딕 체니의 권력남용과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전쟁은 비난받아 마땅하면서도 미국을 테러로부터 보호했고, 이라크에 친미적인 시아파 정권을 세움으로써 이라크의 석유에 대한 이익을 미국이 취했으니 애국자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을 가졌던 최순실 사건도 떠오르고, 아직까지 큰소리치며 잘 살고 있는 전두환도 떠올랐다. 이들도 따지고 보면 누군가에게는 이익을 줬을 것이다. 영화 결말에서 보수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며 한 발짝 물러서지만 결국 이 영화 제목이 vice이듯 어떤 공적으로도 덮을 수 없이악행은 악행으로서 부지런하게 성실하게 비판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권력의 중심이었던 딕 체니 부부. 크리스천 베일인지 처음에 몰라봤다.
이 영화를 그럼 추천하는가?
딕 체니 역의 크리스천 베일과 중요한 조력자였던 아내 린 체니 역의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컸다. 실제 인물을 연기한 만큼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크리스천 베일은 못 알아볼 뻔. 날렵하고 이지적이던 크리스천 베일이 아니라 몇 수를 앞서 생각하는 과묵한 능구렁이에 사실은 아내 말 잘 듣고 딸들을 사랑하는 모습이 반전 매력인 딕 체니로 변신 성공!
지루할 수 있는 정치극이지만 연출과 편집이 영화를 살렸다. 중간에 연극처럼 가상의 상황을 집어넣었고, 내레이션 주인공의 정체도 기발하였으며 극적인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보여준다든가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 풍자적인 웃음 포인트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오락성도 어느 정도 갖추었기 때문에 정치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