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영화 포스터를 보았을 때, 시를 잘 쓰는 꼬마 신사와 유치원 선생님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휴먼스토리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작은 시인 지미에게 집착하는 유치원 선생님이 펼치는 스릴러극에 가깝다. 따뜻하기보다는 소름 끼쳤지만 그래도 감성적인 스릴러였다. 원제 'The kindergarten teacher.'이 훨씬 적절한 제목이다.
주인공 리사 스피넬리 유치원 선생님 역을 맡은 매기 질렌할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어디서 봤지 계속 생각했는데 2008년 개봉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베트맨의 연인 레이첼 도스로 출연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지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으나 나한테는 딱히 깊은 인상은 남지 않았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나 '나의 작은 시인에게'에서 매기 질렌할이 훨씬 매력적이다.
다크 나이트(2008) 레이첼역의 메기 질렌할
영화 도입부에서 리사 스피넬리는 시수업을 듣고 약간은 침울한 상태로 식탁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데 샐러드를 먹고 있다. 샐러드라니!! 그러고 보니 유난히 탄탄한 팔뚝에 군살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리사 스피넬리는 이미 장성한 남매의 어머니다. 유치원 아이들만 매일 상대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로 (딸이 비아냥대듯이 말하는 일명 '히피' 스타일) 옷과 액세서리, 피어싱을 스타일링하며 시, 그림 등 예술, 지적 탐구심에 심취해있다. 자식들과의 갈등을 겪고, 자조 섞인 웃음을 띄며 담배를 피우는 입술이 그렇게 섹시했다.
자식들에게 실망하고 생각나는 사람은? 바로 지미;
리사 스피넬리는 사실 상당히 소름 끼치도록 집착이 쩌는 캐릭터다. 지미의 재능을 더 키워주기 위해 모차르트를 후원하는 황실처럼 온 정성을 기울인다. 그런데 중요한 건 지미는 5살 유치원생이다. 낮잠 잘 시간에 자꾸 깨워서 불러내서 예술적인 영감을 키울 수 있도록 북돋우는데 지미는 그저 다시 낮잠을 자고 싶을 뿐이다. 예술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주지 못하는 현실의 한계에서 한줄기 빛처럼 등장한 지미에 대한 집착은 점점 도를 넘어서게 된다.
내가 지미라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다;
5살 아이 머릿속에서 나올 수 없는 어휘와 철학으로 시를 읊는 지미는 초현실적이다. 어떻게 보면 이 세계의 예술의 신이 아닐까 싶다. 그는 리사 스피넬리의 손을 말없이 잡아준다. '너는 할 만큼 했어. 현실도 직시해야 해.'라고 위로와 조언을 해주는 듯했다. 예술을 향한 순수한 관심과 애정이 발을 붙이고 서있는 현실을 부정하고 헛된 환상만 쫓다 결국 부끄러운 몰골로 추락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이란 절대 없는 이 히스테릭한 갈망이 추하면서 동시에 숭고해 보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