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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Yesol Lee May 22. 2018

수웩 넘치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채드윅 보스만(티칠라, 블랙팬서역), 루피타뇽(나키아역), 다나이 구리라(오코예역), 마이클 B. 조던(에릭 킬몽거역), 레티티아 라이트(슈리역), 마틴 프리먼(에버렛 K. 로스)

 기대를 딱히 하지않고 본 영화. 그러나 마블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선 영상미.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노을와 초원은 영상으로 봐도 숭고한 기분이다. 실제로 보면 얼마만큼 감탄하게 될런지..
아프리카 부족들의 의상, 음악, 장식품, 의식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쪽 마블 캐릭터와 확연하게 구별되는 신비로우면서도 아프리카의 전통에 뿌리를 둔 마블캐릭터의 탄생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결투를 하고 티찰라가 와칸다의 왕으로 계승을 받는 장면은 라이온킹의 명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블랙팬서는 항상 와칸다의 노을을 마음에 품고 사는 캐릭터인 듯하다. 블랙팬서의 이미지를 찾아보면 뒤에 배경으로 아름다운 노을이 있는 경우가 많다. 와칸다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석유보다 더 강력하고 귀한 자원인 비브로늄까지 계속 나오니 만수르 저리 가라고, 엘도라도가 따로 없다.

 사실 블랙팬서보다는 블랙팬서를 움직인 다른 캐릭터들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마지막 결말 전까지 영화 내내 블랙팬서인 티칠라는 자신만의 의지와 생각이 뚜렷하지 않다. 주저하고 고민하지 딱히 자신만의 철학은 없는 듯이 보인다. 반면 배신한 삼촌, 그의 아들 킬몽거는 다르다. 빈민가 흑인들의 고통을 알고 와칸다 안에서 안주하지않고 직접 그 속으로 뛰어든다. 삼촌은 처음으로 눈뜬 자였다. 슬프게도 그의 아들 킬몽거는 증오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에게 향하고 결국 티칠라의 칼에 맞는다. 여기서 킬몽거의 죽음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치료해줄 수 있다는 티칠라에게 "치료해주고 날 가두려고? 난 노예처럼 살지 않을거야. 나의 선조들처럼 차라리 배에서 뛰어내리겠어." 말하며 죽음을 선택한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흑인들은 노예로 배에 실려 농장으로 팔려갔었다. 그 아픈 역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범죄행위에 역사라고 이름 붙이기도 싫다. 티칠라는 킬몽거의 등장과 죽음으로 인해 깨우침을 얻는다.

 고향을 품고 사랑하는 향토적인 인간미 그리고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정신이 블랙팬서 캐릭터의 특별함이다. 감독 라이언 쿠글러의 전작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는 단지 밤에 걷고 있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범죄자로 오해를 받고 해명조차 박탈당한 체 그 자리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 한 흑인청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그 청년은 어떤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블랙팬서는 다른 마블캐릭터 영웅들이 악으로 지목하는 적과는 차원이 다른 적에 대항하여 싸움을 시작한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폭력에 대항하여 세상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인권운동가 히어로라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UN에서의 연설은 그야말로 전 세계의 지도자들, 특히 미국의 대통령에게 하는 말로 들린다. '현명한 자는 다리를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세운다.' 국수주의로 향하는 많은 나라들에게 뱉는 일침이다. 흑인 뿐 아니라 차별받는 민족, 인종 전 인류를 향해 휴머니즘을 전파할 영웅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덧. 흑인 특유의 수웩과 화려한 패션, 무엇보다 한국인으로서는 '부산에서 일어난 일'도 큰 볼거리였다. 마블영화가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만큼 제작자들도 한국 관객들을 고려한다고 하니 앞으로도 종종 마블영화에 나올 한국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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