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indy Yesol Lee
Sep 10. 2023
2022년 잊고 살았던 지난 힘든 나날의 기록
서이초 사태 후 저장된 글을 다시 보며 모두의 일임을 느낀다.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무례한 말을 들을 때마다 그걸 지우기 위해 걸레로 내 마음을 닦는다. 그러나 닦은 걸레들이 마음 한편에 쌓이는 것 같다."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은 원래 조금씩은 우울하곤 하지만 요새는 특히 더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우리 반에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연필을 사용하지 않고 검정색연필을 사용한다. 불편할 텐데도 연필을 주어도 꼭 검정색연필만 쓴다.
국어는 절대 하기 싫다며 글을 써야 하는 활동에서는 딴짓을 한다. 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의자 밑에 숨거나 바닥에 누워있는다.
그렇다고 다른 활동을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만들기나 그리기 줄넘기처럼 대부분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도 잘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찰흙을 가지고 논다.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였으니 과제를 할 때까지 쉬는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 바닥에 눕거나 쉬는 시간에 기어 다니기도 한다. 따라다니며 하라고 하면 그제야 조금 한다.
한 번에 하는 일 없이 꼭 따라다니며 재촉을 하고 훈계를 해야 겨우 하고 그마저도 내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 기분이 나쁘면 급식도 거부한다. 그럴 때면 내가 다시 따로 데리고 가서 4교시 수업 시간에 밥을 먹인다.
친구 관계도 문제가 많다. 친구를 다치게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 몸싸움 또는 의자를 든 적도 있다.
24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이 아이한테 계속 신경을 써야 하고 다른 학생들과 다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본다.
난 이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을 때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커질까 봐 두렵다. 내가 이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너무 많은 힘이 들기 때문에 이 아이를 그만 신경 쓰고 내버려 두고 싶다.
이 아이 때문에 출근하기가 싫다. 내일은 또 어떻게 나를 힘들게 할지 벌써 두렵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대화도 학교 상담실도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했다. 통합지원프로그램을 신청한 상태인데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나를 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대로라면 나는 정말 너무 괴롭다. 병가를 써볼까? 조금만 더 버텨보자. 피할 수 없으니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 이상 행동을 또 할 시에 연구실에서 얘기를 더 나누어보자. 과제를 안 하는 행동에 보상이 오지 않도록 내가 피곤하더라도 쉬는 시간에 따라다니며 과제를 꼭 하도록 시키자. 그래도 하지 않는다면 수업이 다 끝나고 교실에 남겨서라도 하게 하자. 그런데도 안 한다면 집에 얘기하고 숙제로 해오라 하자. 숙제를 안 가져간다고 거부한다면 그럼 교실에서 하라고 하자. 4시 40분 퇴근시간까지 붙잡아보자. 물론 집에는 연락을 해놓자. 이렇게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하자. 5일 챌린지다.
그 후의 일들은 더 큰 힘에게 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