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2012)
인간은 시대의 구속과 관계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한다. 그런데 정작 온전한 자유가 주어지면, 아무런 확신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불안해 하며 어딘가 의지할 곳을 찾곤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모두 종교적인 존재인 것이 아닐까? 다만 누군가에게는 그 의지의 대상이 초월자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돈이나 사람, 이데올로기라는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닐까? 영화 <마스터>는 인간의 이러한 종교적인 숙명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영화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무의미한 삶 속에서 방황하는 프레디(호아킨 피닉스 분). 프레디에게 종전이 가져다 준 평화는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해 줄 역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그에게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며 '마스터'라 불리는 랭케스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분)는 매력적인 피신처가 된다. 언뜻 보기에 이들의 관계는 사이비 교주와 신도 간의 비이성적인 결합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에서 프레디가 겪게 되는 과정은 모든 인간이 한 번쯤, 혹은 영원히 맞닥뜨리는 숙명과도 같다.
근대 이후 허락된 신분과 지역공동체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에게 또다른 책임을 부여했다. 자기 존재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이제는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무거운 입증책임에 불안함을 느끼는 프레디는 그 불안을 빠져나갈 길을 알려준 랭케스터에게 의지하고, 결국엔 종속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념체계를 뒤흔드는 반론에는 폭력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자기는 자발적인 선택으로 그를 따르는 것이라고 합리화한다. 자기는 자유로운 존재라는 인식과 무엇인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숙명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 일련의 과정이 어디 사이비 종교만의 일이겠는가?
완전한 구원을 추구하는 한, 종속은 다시 자유에 대한 갈망을 추동한다. 불안하지 않으려 의지한 존재가 역시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 찾아 오는 것은 결국 구속감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간이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다시 자유를 찾아 떠나는 과정의 반복이 나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라고 말하는듯하다. 좋은 영화는 언제나 명쾌한 하나의 정답이 아닌 무수한 질문을 남겨놓는다. '나는 무엇에 의지하고,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하는가? , '나는 그 자유를 온전히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