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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Feb 14. 2018

2018년 1월 하반기의 영화들

2018년 1월 하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6편.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웨스 볼) ★★☆

<아름다운 별> (요시다 다이하치) ★★

<다키스트 아워> (조 라이트) ★★★

<원더 휠> (우디 앨런) ★★☆

<탠저린> (션 베이커) ★★★☆

<커뮤터> (자움 쿨렛-세라) ★★





R005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사실 미로라는 공간적 제약 속에서 출발한 영화였다. 1편에서는 그 한계를 오히려 영리하게 이용했지만, 2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에서 극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이 시리즈는 결국 ‘헝거게임’ 내지는 ‘다이버전트’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틴에이지 블록버스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해서 완결편이기도 한 이번 3편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에 대한 걱정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 정도면 우려한 것보다는 괜찮은 마무리였다. 다만, 이야기의 강약조절에 집중한 탓인지 인물들의 동선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플롯 상의 헛점들이 꽤나 자주 보인다. 지나치게 거대해진 시리즈를 이 정도로라도 마무리해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나쁘지 않은 킬링타임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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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8)

dir. 웨스 볼 (미국)

★★☆



R006 <아름다운 별>

요시다 다이하치의 신작 ‘아름다운 별’은 퍽 이상한 이야기다. 화성인 아버지, 금성인 딸, 수성인 아들이라는 기상천외한 소재를 가지고 시작하는 이 영화는, 줄곧 관객의 허를 찌르면서도 예상 밖의 전개를 늘어놓음으로써 극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데는 성공한다. 그러나 그뿐, 이 영화는 정작 영화가 담아내고 싶었던 본질(인 것처럼 보이는 요소들)에는 다가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담아내고자 했던 그 본질이 현대에 뿌리내린 개인주의의 암(暗)이든, 반복되는 인류의 악행에 대한 경고이든, 이 영화는 이를 다루는 데 있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한다. 그렇다면, 사실 이 영화가 담아내고 싶었던 건 오히려 그런 거창한 메시지가 아니라 기상천외한 이야기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장르적 황당함 뿐이었던 걸까? 그렇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정말이지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어지고 만다. 이상한 척 하기 위한 온갖 괴상한 상황과 허황된 표현 없이도,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이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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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별 / A Beautiful Star (美しい星, 2017)

dir. 요시다 다이하치 (일본)

★★



R007 <다키스트 아워>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그리고 ‘안나 카레리나’. 조 라이트의 극들은 특유의 분위기와 정조를 공유한다. 신작 ‘다키스트 아워’에서 조 라이트의 연출은 여전히 유려하다. 한편 개리 올드만의 연기는 특히나 압도적이다. 그의 연기에 힘입어, ‘다키스트 아워’에는 몇 가지 순간들이 있다. 지하철 속 시민들의 목소리가 지상에 들리게 되는 순간,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듣지 않던 의회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순간. 공통적으로, 이 두 가지 순간에는 모두 윈스턴 처칠(개리 올드만)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연설 장면에 이르자, 어쩔 수 없이 같은 해에 제작된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가 환기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두 작품이 나란히 오른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의회를 목소리가 공유되(어야 하)는 장소라 볼 때, 윈스턴 처칠이 부재한 의회의 현장을 부감 쇼트로 비추는 이 영화의 첫 장면과, 그가 현장을 나서는 장면을 아이 레벨 쇼트로 비추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흥미롭게 이어진다. ‘다키스트 아워’는, 의지의 산물을 공간적 대비로 다루고 있는 전기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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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아워 (Darkest Hour, 2017)

dir. 조 라이트 (영국)

★★★



R008 <원더 휠>

우디 앨런의 신작 ‘원더 휠’은 지극히 우디 앨런다운 영화다. 이야기의 틀 자체가 ‘블루 재스민’의 데자뷔처럼 느껴지는데, ‘블루 재스민’의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을 떠오르게 하는 지니(케이트 윈슬렛)가 겪는 두통을, 돌려 말하자면 우디 앨런의 신경쇠약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실 믹키(저스틴 팀버레이크)를 극중 화자로 삼아서 거리를 두려는 듯 보이지만 그 역시 나레이터인 동시에 극의 일부였으며, 의미심장한 마지막 장면을 보면 결국 이건 믹키가 전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오히려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훌륭한 촬영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인위적인 조명을 최대한 활용하면서까지 인물들을 마치 무대 위에 올린, 일종의 통속극처럼 보인다. ‘블루 재스민’만큼 예민하지만, ‘블루 재스민’만큼 훌륭하지는 못하다. 그의 영화가 대개 그렇듯, 가학 속에서 영감을 찾아내는 ‘원더 휠’은 마치 반복되는 불장난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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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휠 (Wonder Wheel, 2017)

dir. 우디 앨런 (미국)

★★☆



R009 <탠저린>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션 베이커의 2015년작 ‘탠저린’은 통통 튀는 리듬감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전문 카메라 대신 아이폰 5S로 촬영된 이 야심찬 기획의 인디 영화는, 열악한 촬영 조건을 색감과 구도로 충분히 메꾸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와 동시에 사회의 변두리에 놓인 존재들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다루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마치 화려한 포장지를 한꺼풀 벗겨낸 것만 같은 영화다. 모든 장면(을 연결하는 편집감각)과 모든 대사(를 뱉어내는 아마추어 배우들)에는 통제할 수 없는 리듬의 박동이 날것 그대로 들러붙어 있다. 생각해보면, 영화의 제목인 ‘탠저린’(감귤)은 주인공 알렉산드라(마이아 테일러)가 아르메니아 택시기사에게 주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그 제목 그대로, ‘탠저린’은 선물과도 같은 영화다. 당연하게도, 국내에 곧 개봉을 앞둔 그의 신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기대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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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저린 (Tangerine, 2015)

dir. 션 베이커 (미국) 

★★★☆



R010 <커뮤터>

이제는 ‘리암 니슨’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낼 기세로 비슷비슷한 작품들에 매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 여전한 아쉬움. 마치 이름만 바뀐 같은 캐릭터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지겨움으로 바뀌는 순간이 ‘커뮤터’에도 여전하다. 벌써 자움 쿨렛-세라와 네 번째로 함께 하는 작품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시너지가 아닌 매너리즘만이 보인다. 멈출 줄 모르고 폭주하는 영화 속 통근열차처럼, 자움 쿨렛-세라와 리암 니슨의 조합은 멈출 때를 모르고 폭주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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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터 (The Commuter, 2018)

dir. 자움 쿨렛-세라 (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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