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 Feb 24. 2018

2018년 2월 하반기의 영화들

2018년 2월 하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5편.

<블랙 팬서> (라이언 쿠글러) ★★★

<흥부> (조근현) ★★

<50가지 그림자: 해방> (제임스 폴리)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 델 토로) ★★★★☆

<월요일이 사라졌다> (토미 위르콜라) ★★☆





R016 <블랙 팬서>

상징적인 의미에서 오래도록 회자될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어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를 데뷔작으로 만들었던 라이언 쿠글러는, 마블 스튜디오의 지휘 하에 히어로 블록버스터를 연출하면서도 자신의 영화세계를 그대로 끌어온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던 블랙 팬서 트찰라(채드윅 보스만)의 재등장이 반갑고, 라이언 쿠글러와 모든 작품을 함께 하고 있는 마이클 B. 조던의 에릭 킬몽거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환기되어야 마땅한 사회적 담론을 블록버스터의 틀 안에서 대중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이 영화가 지니는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다만, 이 영화가 풀어내고 있는 메시지가 환기하는 사회적 함의에 비해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내러티브와 액션이 (동일한 캐릭터인 블랙 팬서가 등장했던 루소 형제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비교하면) 다소 아쉬우며, 세부적인 설정은 더욱 그렇다. 예컨대 와칸다 지역으로 설정된 동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영화 속의 코사어가 아닌 스와힐리어이며, 와칸다인들이 믿는다고 소개된 하누만 신은 아프리카가 아닌 인도의 신이다. 물론 태생적으로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는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의 주된 목표 중 하나가 이 영화의 담론을 미국 뿐 아니라 아프리카, 나아가 범세계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임이 자명하기에 이러한 설정 상의 아쉬움이 특히나 눈에 밟힌다. 숲을 조망하는 웅변력과 나무를 바라보는 세심함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블록버스터.

-

블랙 팬서 (Black Panther, 2018)

dir. 라이언 쿠글러

★★★



R017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흥부’는 널리 알려진 고전 ‘흥부전’을 비틀어 해학과 풍자를 담아내려는 시도 그리고 조선 후반의 혼란했던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속도가 조급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양상이 투박하다. 그것이 글쓰기이든, 구휼이든, 이 영화는 민중의 꿈을 참(斬)하려는 자에게 전하는 일갈처럼 느껴진다. 다만 그 메시지는 직접적인 동시에 반복적으로 전달되고 있어 아쉽다. 그리고, 최근 세상을 떠난 김주혁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슬픔. 부디 그 곳에서는 행복하시길.

-

흥부 / Heung-Boo: the Revolutionist (흥부, 2017)

dir. 조근현

★★



R018 <50가지 그림자: 해방>

이제는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관람한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전작은 황당무계할 정도로 어이가 없어서 웃기기라도 했는데 이번 작품은 쓸데없이 심각하고 진지해서 더 별로다. 어쨌든, 이걸로 드디어 시리즈로부터 해방된 느낌.

-

50가지 그림자: 해방 (Fifty Shades Freed, 2018)

dir. 제임스 폴리



R019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괴하고 아름답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지극히 기예르모 델 토로스럽다. 데뷔작 ‘크로노스’에서부터 기예르모 델 토로가 천착하고 있는 소위 크리처물에 대한 애정은 그가 만든 모든 영화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발현된다. 2006년작 ‘판의 미로’가 스페인 근대의 잔혹한 역사를 동화의 형식을 빌어 델 토로식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다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미소 냉전 시기의 역사는 멜로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된다. 이때 그의 작품들이 훌륭한 것은 영화라는 형식적 틀을 빌어, 영화만이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환상을 펼쳐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근원’으로서의 물이 이야기 속의 다른 요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이다. 이를 보기 위해 우리는 영화의 주인공이자 농인인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그녀의 시점으로 치환해 볼 필요가 있다. (그녀의 세상에서) 물은 모양이 없다.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사랑에는 언어가 중요치 않다. (영화 속) 영화에는 진부한 말 대신에 절실한 선율이 실린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그토록 기괴하게, 허나 이토록 아름답게, 담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환상을 담아낸다. 물 속에서, 사랑을 담아, 영화를 통해.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2017)

dir. 기예르모 델 토로

★★★★☆



R020 <월요일이 사라졌다>

지극히 상업적인 블록버스터와 비슷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지만,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것은 소재의 힘이다. 인류의 보존을 위해 출산을 제한하는 미래의 디스토피아 사회에서 태어난 일곱 쌍둥이라는 소재가 희귀하면서도 신선하고, 누미 라파스의 1인 7역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상황과 인물에 어떻게 접근해야 효과적일지를 알고 있는 이 영화의 연출은 능숙하게 강약 조절을 해내기도 한다. 다만, 다양한 인물들을 다루는 탓에 캐릭터의 밀도가 아쉽고, 후반부로 갈수록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지겹게 다가온다. 결말부에 이르면,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이야기를 다소 무리하게 끌어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 흥미진진한 소재가 가진 잠재력을 목표했던만큼 끌어내지 못한 범작.

-

월요일이 사라졌다 (What Happened to Monday, 2017)

dir. 토미 위르콜라

★★☆

매거진의 이전글 2018년 2월 상반기의 영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