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 Mar 04. 2018

90th Academy Awards

2018.03.05

올해도 어김없이 오스카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항상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면 비로소 한 해가 마무리되는 기분이 드는데, 어느덧 시상식이 내일로 다가왔네요. 시상식 직전이 되면 대체로 과반수 이상의 작품이 국내에도 개봉한 상태이기 때문에, 항상 시상식을 나름대로 예측해보는 재미가 있죠.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참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개인적인 수상 예측과 나만의 오스카 리스트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과연 얼마나 맞출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이 글은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 내용을 좀 더 덧붙일 예정입니다.





작품상 Best Picture


     '셰이프 오브 워터' The Shape of Water ← 받았으면

    '다키스트 아워' Darkest Hour

    '덩케르크' Dunkirk

    '팬텀 스레드' Phantom Thread

    '쓰리 빌보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 받을듯

    '겟 아웃' Get Out

    '더 포스트' The Post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레이디 버드' Lady Bird


작품상 후보에 오른 9편 중에서는 현재 7편을 보았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디 버드’는 아직 보지 못했기에 논외입니다.) 올해 작품상은 아마, ‘쓰리 빌보드’가 가져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본가 그리고 연출가로서 마틴 맥도나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이런 소재를 이런 화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까지 느껴지는 훌륭한 사회드라마이면서 블랙코미디입니다. 자세한 리뷰는 아마 개봉 즈음에 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쓰리 빌보드’는 3월 15일 개봉 예정입니다.) 그러나 만약 제가 작품상을 준다면,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에 주고 싶네요.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가져가기도 했던 이 작품은, 기예르모 델 토로만이 만들 수 있는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사실 이변이 있지 않은 한 이 두 작품 중 하나가 수상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결과가 궁금하네요. 허나 '셰이프 오브 워터', '덩케르크', '팬텀 스레드', '쓰리 빌보드' 그리고 '더 포스트'까지 모두 하나같이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이렇게 풍성한 작품상 후보를 보는 건 '버드맨', '보이후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위플래쉬'가 함께 경쟁했던 2015년 이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외국어영화상 Best Foreign Language Film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On Body and Soul / Testről és lélekről (헝가리)

    ‘더 스퀘어' The Square (스웨덴) ← 받을듯

    '러브리스' Loveless / Нелюбовь (러시아) ← 받았으면

    ‘판타스틱 우먼’ A Fantastic Woman / Una Mujer Fantástica (칠레)

    ‘인설트’ The Insult / قضية رقم ٢٣  (레바논)


외국어영화상은 개인적으로 작품상과 더불어 가장 궁금해하는 부문입니다. 외국어영화상은 사실 예측하기가 쉽지 않네요. '더 스퀘어'가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만(이 작품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았는데, 물론 좋은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기대 이상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즈비야긴체프의 신작 '러브리스'가 영예를 가져갔으면 좋겠네요. '러브리스'는 러시아의 체제를 비판하는 간접적인 목소리로 읽어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즈비야긴체프가 세상을 바라보는 바라보는 염세적인 개인적 시선 자체로 읽어도 훌륭하기 이를데 없는 작품입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설트'를 예매까지 해놓고 일정을 하루 줄이게 되는 바람에 포기했었는데, 과연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쉽습니다.



남우주연상 Best Actor

 

     다니엘 데이-루이스 ‘팬텀 스레드’

     티모시 샬라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다니엘 칼루야 ‘겟아웃’

     덴젤 워싱턴 '로만 J. 이스라엘, 에스콰이어'

     개리 올드만 ‘다키스트 아워’ ← 받았으면 / 받을듯


여우주연상 Best Actress


     샐리 호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 받았으면

     메릴 스트립 ‘더 포스트’

     프란시스 맥도먼드 ‘쓰리 빌보드’ ← 받을듯

     마고 로비 ‘아이, 토냐’

     시얼사 로넌 ‘레이디 버드’


남우주연상은 개리 올드만이 받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개리 올드만은 이제까지 연기에 비해 상복이 참 없는 편이었죠. '다키스트 아워'에서 그의 연기는 좋았지만, 사실 조금 아카데미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가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지만, 그 영화를 아직 못 봤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가 없겠네요. 여우주연상의 경우에는 샐리 호킨스와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공동 수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두 배우의 연기가 모두 훌륭했지만, 누가 받아도 불만은 없겠네요. 사심을 조금 더 실어서 샐리 호킨스의 수상을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여우조연상 Best Supporting Actress

 

     레슬리 맨빌 ‘팬텀 스레드’ ← 받았으면

     앨리슨 제니 ‘아이, 토냐’ ← 받을듯

     로리 멧칼프 ‘레이디 버드’

     메리 J. 블라이주 ‘머드바운드’

     옥타비아 스펜서 ‘셰이프 오브 워터’


남우조연상 Best Supporting Actor


     샘 록웰 ‘쓰리 빌보드’ ← 받았으면 / 받을듯

     우디 해럴슨 ‘쓰리 빌보드'

     크리스토퍼 플러머 ‘올 더 머니’

     윌렘 데포 ‘플로리다 프로젝트’

     리차드 젠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다음은 조연상 분야입니다. 여우조연상의 경우는 과반수 이상의 작품을 못 본 상태지만, 레슬리 멘빌이 '팬텀 스레드'에서 보여준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이제까지의 수상 결과를 보면 앨리슨 제니가 유력해 보이는데,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남우조연상의 경우,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아직 못 보긴 했지만, '쓰리 빌보드'에서 샘 록웰의 연기가 정말이지 좋았습니다. 아마 수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감독상 Best Director


    기예르모 델 토로 '셰이프 오브 워터' ← 받았으면 / 받을듯

    조던 필 '겟 아웃'

    그레타 거윅 '레이디 버드'

    크리스토퍼 놀란 '덩케르크'

    폴 토마스 앤더슨 '팬텀 스레드'


감독상의 경우, 아마 이변이 없다면 기예르모 델 토로가 수상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관심이 가는 것은, 과연 감독상과 작품상이 일치할 것인지의 여부가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맨'을 제외하면 두 부문이 같은 영화에게 돌아간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아마 작품상은 '쓰리 빌보드'에게, 감독상은 '셰이프 오브 워터'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각색상 Best Writing Adapted Screenplay


    베르길 윌리엄스 & 디 리스 ‘머드바운드’

    스콧 노이슈타터 & 마이클 H. 웨버 ‘디재스터 아티스트’

    아론 소킨 ‘몰리스 게임’

    제임스 아이보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받을듯

    제임스 맨골드 외 ‘로건’ ← 받았으면


각본상 Best Writing Original Screenplay


    기예르모 델 토로 외 ’셰이프 오브 워터’

    마틴 맥도나 ‘쓰리 빌보드’ ← 받았으면 / 받을듯

    조던 필 ‘겟 아웃’

    에밀리 V. 고든 & 쿠마일 난지아니 ‘빅 식’

    그레타 거윅 ‘레이디버드’


각색상의 경우는 아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가져갈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로건'이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도 결국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각본상의 경우,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 중 하나에게 돌아가는 추세를 봤을 때도 그렇고, 각본 자체의 완성도로도 그렇고 '쓰리 빌보드'에게 돌아갈 것 같네요. 마틴 맥도나가 쓴 '쓰리 빌보드'의 각본은 정말 천재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경지입니다. 그나저나 '더 포스트'를 보고 나니, 이 엄청난 각본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이외 촬영상은 로저 디킨스('블레이드 러너 2049')에게, 편집상은 폴 매칠리스와 조나단 에이머스('베이비 드라이버')에게, 음악상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셰이프 오브 워터')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특히 촬영상의 경우, 이제 로저 디킨스는 이미 진작 받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007 스카이폴'으로는 수상을 했어야 했는데, 이제까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게 의아할 지경이죠. '셰이프 오브 워터'와 '덩케르크'의 촬영도 굉장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로저 디킨스에게 영예가 돌아가야 할 텐데요.



이제 약 9시간 뒤면 시상식이 시작되겠네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시상식이 끝났네요. 대체적으로 예상이랑 비슷하게 흘러간 편인데, 작품상이랑 각본상처럼 '쓰리 빌보드'의 수상을 예상했던 부문을 각각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리고 '겟 아웃'이 가져갔네요. (작품상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셰이프 오브 워터'를 지지했던 터라 오히려 기쁘긴 합니다!) 외국어영화상의 경우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의 '판타스틱 우먼'이 수상했고요.


무엇보다도 드디어 촬영상을 로저 디킨스가 가져가서 기쁩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007 스카이폴', '프리즈너스' 등 숱한 작품들에서 그런 엄청난 촬영을 선보이고도 이제까지 노미네이트에만 그쳐서 아쉬웠는데, 결국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촬영상 트로피를 가져가는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여우주연상의 경우 내심 샐리 호킨스를 기대했는데,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연기 역시 워낙 훌륭하고 좋았으니 아쉬우면서도 동시에 무척 기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수상소감이야말로 이번 오스카에서 가장 의미있고 뭉클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쓰리 빌보드'가 연기상을 두 개나 가져갔지만 다른 주요 부문에서는 무관으로 그친 점이 상당히 아쉽긴 합니다. 각본상과 작품상도 충분히 노려볼만한 작품이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셰이프 오브 워터'! 이번 오스카에 거론된 많은 작품들 중 단 한 편을 꼽으라면 당연히 '셰이프 오브 워터'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감독상과 작품상을 모두 거머쥐니 정말 기쁘네요. 작년 베니스 영화제 시상식을 지켜보면서도 예상 외의 황금사자상 결과에 놀라면서도 기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셰이프 오브 워터'로 기예르모 델 토로는 베니스 황금사자상과 오스카 작품상/감독상이라는 본인 커리어의 최고 성과를 기록하게 되는군요. 이로써 소위 멕시칸 트로이카라 불리는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기예르모 델 토로가 2010년대에 들어서 모두 오스카 감독상을 가져간 것은 물론,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작품상을 받았던 2003년 이후 무려 15년만에 판타지 장르의 영화에 아카데미 작품상이 돌아가네요.


올해 결과는 상당히 깔끔하고, 논쟁이 될 만한 부분도 적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해가 또 끝난 느낌인데, 3월에 아카데미 작품들이 상당수 개봉하는지라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 아직 보지 못한 '아이, 토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디 버드'가 정말 궁금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68th Berlin Film Festiva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