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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May 21. 2018

71th Cannes Film Festival

2018.05.08 - 2018.05.19

2018년 칸 영화제도 어느덧 끝나고, (한국 시간으로) 어제 새벽에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대두되었던 사회적 이슈들, 그리고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명백해 보이는 심사위원단의 면면을 보면서 가장 정치적인 칸 시상식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이슈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로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수상 결과였습니다.



황금종려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Shoplifters (万引き家族)’에게 돌아갔습니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의 신작이나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의 작품에게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한 작품으로 칸에 입성해서 다른 상을 수상한 뒤에야 이후의 다른 작품으로 황금종려상을 준다는) 황금종려상의 불문율은 유지되네요. 올해의 화두, 그리고 영화제 중반에 있었던 82 여성 행진 등을 생각해보면, 케이트 블란쳇을 위시한 심사위원단이 몇 수 앞을 내다본 결과를 내놓은 것 같습니다.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가 공언했듯이, 앞으로의 칸 영화제 풍경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고, 달라져야만 합니다.) 베를린과 베니스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면이 강했던 칸은, 아마 최근 몇 년을 기점으로 상당히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 ‘정치적인’ 칸 영화제에 대해서 이상한 우려를 내비치는데, 칸은 원래부터 정치적이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감독이 수상에서 빗겨나갔을 때의 아쉬움은 있겠지만, 애초에 영화제라는 틀 안에서는 사회와 영화를 분리할 수도 없고, 분리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평가할 때에야 그럴 필요가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평론의 관점이고 영화제(祭)의 목적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최근 몇 해만 보더라도, 자크 오디아르의 작품 중에서도 완성도로는 하위권이었던 ‘디판’이 허우 샤오시엔의 ‘자객 섭은낭’이나 라즐로 네메스의 ‘사울의 아들’을 제치고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2016년에는 당 해 평론가 평점이 가장 높았던 마렌 아데의 ‘토니 에드만’이 본상 수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올해도 그렇고) 심사위원단에 평론가가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는데, 평론가들의 경쟁작 평점이랑 수상 결과가 일치할 리가 있을까요.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이창동의 신작 ‘버닝’ 역시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확히 ‘토니 에드만’의 궤적을 따라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황금종려상 자체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팬이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반갑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실망한 적이 없었고, 그의 영화세계와는 다소 다른 방향을 보여주었던 ‘세 번째 살인’ 이후로 다시 그의 주특기인 가족 이야기로 돌아온 듯한 이번 작품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이렇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황금종려상을 받은 다섯 번째 일본 영화인이 되었고, 이마무라 쇼헤이 이후 20년만에 일본 영화계에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가져다 주었네요. 국내에도 이미 수입되어 올해 중에 개봉 예정인 걸로 알고 있는데,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스파이크 리의 ‘BlacKkKlansman’에게, 심사위원상은 나딘 라바키의 ‘Capernaum (كفرناحوم)’에게 돌아갔습니다. 감독상은 파벨 파블리코브스키의 ‘Cold War (Zimna wojna)’에게, 각본상은 알리스 로르바허의 ‘Happy as Lazzaro (Lazzaro Felice)’와 자파르 파나히의 ‘3 Faces (سه رخ)’에게 돌아갔습니다. (올해도 역시나 이란 정부의 자택 연금 문제로, 자파르 파나히는 베를린 황금곰상 수상 당시처럼 시상식에 자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50년이 넘은 걸작 ‘미치광이 피에로’로 올해 칸 영화제 포스터를 장식하기도 했던 장-뤽 고다르의 신작 ‘The Image Book (Le Livre d’Images)’은 특별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요. 본상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이창동과 지아 장 커, 누리 빌게 제일란, 아쉬가르 파르하디, 크리스토프 오노레, 키릴 세레브레니코프, 데이빗 로버트 미첼의 신작 역시 하루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다음 주에 ‘버닝’을 시작으로, 이제 또 한 해 동안 칸 영화제 경쟁작들을 하나씩 접할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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