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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Apr 22. 2018

2018년 4월 상반기의 영화들

2018년 4월 상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4편.

레이디 버드 (그레타 거윅)

콰이어트 플레이스 (존 크래신스키)

눈꺼풀 (오멸)

램페이지 (브래드 페이튼)




R036 <레이디 버드>

그레타 거윅의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는 그녀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스스로에게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부여한 크리스틴(서르셔 로넌)의 고등학교 12학년 1년 동안의 이야기를 성기게 담아내고 있는 이 영화는, 그레타 거윅이 주인공을 연기했으며 각본에 참여한 노아 바움백의 두 작품 ‘프란시스 하’ 그리고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레이디 버드’, ‘프란시스 하’ 그리고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순으로 배열했을 때 마치 한 여성의 연대기 중 일부처럼 느껴지는 이 세 편은, 서로 간에 프리퀄과 시퀄의 관계에 놓여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레타 거윅의 세계 속 성장담이라 할 수 있을 이 세 편의 영화들에서는, 자신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어디서, 어떻게 확립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세 편에서 환기되는 두 공간은 언제나 뉴욕과 새크라멘토였다. 그리고 이 세 편의 제목은 모두 주인공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그레타 거윅은 자신의 첫 번째 연출작으로, 현재를 이야기하는 대신 과거를 되돌아보는 자전적 이야기를 선택했다. 지나가고 떠나간 뒤에야 느끼는 그 때의 시공간에 대한 아련한 향수. 나는 행복했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거에요, ‘고마워요’. ‘레이디 버드’는 과거에게, 그리고 그 과거 속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내밀한 편지와도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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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 (Lady Bird, 2017)

dir. 그레타 거윅

★★★★



R037 <콰이어트 플레이스>

제한된 환경 속에서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능력이 돋보이는 호러 스릴러. (‘더 로드’와 같은 포스트-아포칼립틱) 재난영화에서 익히 다룰 법한 공간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더 씽’과 같은 크리쳐물을 표방하는) 호러영화에서 다룰 법한 괴생명체와의 사투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오는 와중에도,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가족영화의 정서적인 끈을 놓지 않는다. (실제 부부이기도 한) 존 크래신스키 그리고 에밀리 블런트의 호연이 돋보이는데, 우리에게는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존 크래신스키가 연출을 도맡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는 공포영화로서의 텐션이 좋다. 이 영화에서는 한차례 등장했지만 일단락짓지 않은 소재를 통해서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곧 일어날 사건’에 대한 잠재적 공포를 유지시키는 능력이 탁월한데, 그건 (언제 큰 소리를 만들어낼 지 예측을 할 수 없는) 장난감 로켓, 계단에 튀어나옷 못, 아이의 울음소리 등이 모두 그렇다. 그리고, (뜬금없게도 더그 리만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연상시키는) 엔딩 역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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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플레이스 (A Quiet Place, 2018)

dir. 존 크래신스키

★★★



R038 <눈꺼풀>

오멸의 정극을 관람하는 것은 마치 엄숙한 제식(祭式)을 경험하는 것과도 같다. ‘이어도’와 ‘지슬’이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영화적 위령제였다면, 그의 2016년작 ‘눈꺼풀’은 (영화 속 라디오에서 직접적으로 제시되듯) 4.16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영화적 추도사일 것이다. 스스로 눈꺼풀을 잘라버린 달마의 이야기를 초반에 삽입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눈꺼풀’은 우리가 눈을 감지 않고 똑바로 목도해야만 하는 비극적 사건에 대해 지극히 영화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영화에서 ‘떡’이란 떠도는 넋을 잠재워 안식을 선물하는 음식이다. (영화의 후반부, 이 섬을 거쳐가는 인물들은 ‘떡을 먹을 수 있을까’라고 뇌까린다.) 물에 잠겨있던 돌부처상으로 쌀을 빻는 행위. 물 속에서 육지로 올라와 절구로 숨어든 쥐를 잡으려는 행위. 그리고 깨져버린 그 돌절구를 우물로 끌고 가 빠뜨리는 행위. 그러자 우물은 바다가 된다. 그렇게 마치 의례와도 같은 일련의 행위 끝에 마주하게 되는 바다 깊숙한 곳에서의 초현실적이고 압도적인 엔딩은 쉽사리 잊지 못할 아득하고 간절한 순간을 선사한다. 그 날로부터 4년, 2018년 4월 16일. 다른 날도 아닌 바로 오늘 오멸의 ‘눈꺼풀’을 관람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눈 감아선 안 될 기억을 되살리는 제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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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 Eyelids (눈꺼풀, 2016)

dir. 오멸

★★★☆



R039 <램페이지>

이건 혹시 드웨인 존슨이라는 장르일까. ‘킹콩’과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그리고 ‘고질라’ 정도를 마구 뒤섞으면 이런 블록버스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보고 있으면서도 가끔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간편한 설정에 웃음이 나오지만, 재난영화 혹은 크리처물의 원초적인 재미만큼은 느끼게 해 주는 그런 킬링타임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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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페이지 (Rampage, 2018)

dir. 브래드 페이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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