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 Jun 06. 2018

2018년 5월 상반기의 영화들

2018년 5월 상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5편.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세드릭 클라피쉬)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

보리 vs. 매켄로 (야누스 메츠)

데드풀 2 (데이빗 레이치)

버닝 (이창동)



R046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혹은 ‘사랑을 부르는 파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은 일상을 통해 휴머니즘을 담아낸다. 그의 신작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귀향의 이유, 유년의 기억, 가족의 유대라는 보편적인 테마 속에 와인 양조장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흘려넣어, 이 영화는 성장영화와 가족영화의 틀을 단단히 쥔다. 가족 간의 관계를 그려내거나 과거의 사건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다소 도식적이고 안일한 접근법이 눈에 밟히지만, (극중 과거와 현재의 부자 관계를 동일한 쇼트에 담아내는 장면 등의 강렬한 울림에서 다가오듯) 이 영화는 삶의 본질적 가치를 바라보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다. 마치 와인을 마신 뒤에 기분좋은 약한 취기가 오르는 것처럼, 따스하고 포근한 드라마.

-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 Back to Burgundy (Ce qui nous Lie, 2017)

dir. 세드릭 클라피쉬

★★★



R047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의 신작 ‘원더스트럭’은, 영화라는 예술에 토드 헤인즈가 바치는 애정고백이다. 주세페 토르나토레에게 ‘시네마 천국’이, 마틴 스코시즈에게 ‘휴고’가, 코엔 형제에게 ‘헤일, 시저!’가 그랬던 것처럼, 같은 맥락에서 ‘원더스트럭’에는 영화 자체에 대한 토드 헤인즈의 주체할 수 없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1927년과 1977년이라는 두 가지 시간대를 종횡무진 오가는 이야기의 구조 자체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무성영화의 특성과 흥미롭게 얽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다소 뻔한 결말일지라도 클라이막스에서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결국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마치 구전동화처럼) 직접적으로 제시되듯, 중요한 건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 어디에 혼자 외로이 떨어져 있을지라도,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

원더스트럭 (Wonderstruck, 2017)

dir. 토드 헤인즈

★★★☆



R048 <보리 vs. 매켄로>

비외른 보리(스베리르 구드나손)와 존 매켄로(샤이아 라보프)라는 두 명의 실존했던 테니스 선수가 맞붙었던 1980년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운명적 대결을 다루고 있는 스포츠 영화로서는 드물게 인물 사이의 균형감을 갖추고 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두 선수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전개되는 ‘보리 vs. 매켄로’는, ‘아르마딜로’로 알려진 덴마크 감독 야누스 메츠의 뛰어난 연출에 힘입어 긴장감을 고조시키거나 이완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나 영화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을 결승전에서의 몰입감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실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이지 훌륭하다. 물론 스포츠 드라마의 외피를 갖추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실력의 대결을 넘어서 서로 다른 두 가치관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두 주인공의 과거를 균형적으로, 그리고 잦은 플래쉬백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조금 추상적으로 말한다면, 이 영화는 정상에서 탈선하려는 자와 정상에 합류하려는 자의 물리학이다.

-

보리 vs. 매켄로 (Borg/McEnroe, 2017)

dir. 야누스 메츠

★★★☆



R049 <데드풀 2>

무자비한 선행학습이 필요한 ‘가족영화’. 라이언 레이놀즈의 ‘데드풀’은 여전히 발칙하고 거침없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히어로물의 관습을 깨부수는 이 영화는,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고 싶은 걸 다 한다. 엑스맨, 어벤져스 세계관의 기존 마블 스튜디오 영화 그리고 DC 코믹스 영화는 물론, ‘007 스카이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원초적 본능’, ‘셀프/리스’ 등 수도 없이 레퍼런스를 끌어온다. 그리고 괴팍하고 날카로운 유머로 중무장한 이 영화의 끝에는 바로 그 쿠키 영상이 있다. 본편의 내용을 한 방에 휘발시켜 버릴 정도로 강력한 이 쿠키영상의 마력은, 하나의 영화 속에서 어디까지 다른 영화의 뒷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예시가 될 것 같다.

-

데드풀 2 (Deadpool 2, 2018)

dir. 데이빗 레이치

★★★



R050 <버닝>

이창동의 신작 ‘버닝’은 굉장히 모호하고 생략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측면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아쉽다고 느끼는 쪽이다.) 최대한 감춤으로써 상상력을 발휘할 것을 역설하는 이 영화의 화술(“자, 이제 진실을 얘기해 봐”)은 결국 관객들을 향한다. 극중 초반 해미(전종서)의 대사처럼, 결국 이 영화는 ‘있다고 믿는 대신 없다고 믿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없다고 믿지 않는다면 사라지거나 불태울 수 있다고까지 말하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결국 (어쩌면 주인공의 소설 속에서)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인물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직결된다. 시계와 고양이, 우물에서 비닐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는 오롯이 해석하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는다. 단순히 청춘의 이야기라고 에두르기에는 시야가 지나치게 좁으며, 현실적인 드라마라고 말하기에는 작법이 지나치게 은유적이다. 전작 ‘시’ 이후로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의 행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홍경표 촬영감독의 빼어난 촬영이었다.

-

버닝 / Burning (버닝, 2018)

dir. 이창동

★★★

매거진의 이전글 2018년 4월 하반기의 영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