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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Jun 18. 2018

2018년 5월 하반기의 영화들

2018년 5월 하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5편.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론 하워드)

케이크메이커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

미세스 하이드 (세르쥬 보종)

세라비, 이것이 인생! (올리비에 나카셰, 에릭 톨레다노)

디트로이트 (캐서린 비글로우)




R051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원래 감독을 맡았던 ‘레고 무비’의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가 하차하고, 론 하워드가 대신 감독을 맡아 완성된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제작 과정에서 잡음이 상당히 많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도 걱정이 되던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다 무난하고 안정적인 결과물이 탄생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와 달리,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사실 시리즈의 중요 인물 중 하나의 과거를 다룰 뿐 메인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인물마저 다른 시점에서, 결국 우리가 이 영화와 스타워즈 시리즈를 연결지을 지점은 추억 속의 요소들일 것이다. 밀레니엄 팔콘과 츄바카 등, 이 영화는 사실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할 요소들을 군데군데 배치해 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에서 이미 이들을 모두 맛본 바 있다(더군다나, 두근거림으로 향수를 되살리는 데 있어서 이 영화의 극적 연출은 J.J. 에이브람스의 것보다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독자적인 이야기로 보아도, 클라이막스의 전개는 다소 급작스러운 측면이 강해서 아쉽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오히려 ‘한 솔로’라는 이름의 기원이 설명되는 극 초반의 짧은 시퀀스였다. 무난하지만 못내 아쉬운 또 한 편의 스핀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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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Solo: A Star Wars Story, 2018)

dir. 론 하워드

★★★



R052 <케이크메이커>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의 장편 데뷔작 ‘케이크메이커’는 생각과는 상당히 다른 작품이었다. 영화를 끌어가는 모티브가 되는 상실이라는 사건을 두고 그 사건의 여파를 겪는 두 명의 주인공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이 영화는 그 초점을 조심스레 옮겨가는 듯 하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방점이 찍혀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떠올린다면, 이는 더욱 더 명확해진다.) 그러니까, 다소 당황스럽고 논쟁적일 수밖에 없을 소재를 더없이 부드러운 작법으로 다루고 있는 ‘케이크메이커’는 상실을 겪는 서로 다른 두 인물의 이야기를 중첩시킴으로써 그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안으려는 신기한 영화다. 극의 배경이 되는 이스라엘의 상황도, 인물들의 정체성도, 대립 구도를 이루는 동시에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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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메이커 / The Cakemaker (האופה מברלין ,2017)

dir.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

★★★



R053 <미세스 하이드>

세르쥬 보종의 신작 ‘미세스 하이드’는 괴랄하다. 물론 ‘지킬’과 ‘하이드’라는 예술적 영감과 이름만 따온 뒤 영화적 각색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이중인격에 해당하는 주인공의 성별을 바꾼 것에도, 그 직업을 하필 선생님으로 정한 것에도 간접적으로 프랑스의 현실 속 문제를 언급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미세스 하이드’는, 여전한 이자벨 위페르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괴이한 설정을 영화적 플롯으로 설득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의 초월적 능력을 묘사하는 데서 왜인지 모르게 짐 자무쉬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떠올랐는데, 기이한 설정이 이야기에 완벽히 융화된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와는 달리 ‘미세스 하이드’의 기이함은 내내 이야기를 겉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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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 하이드 / Mrs. Hyde (Madame Hyde, 2017)

dir. 세르쥬 보종

★★



R054 <세라비, 이것이 인생!>

올리비에 나카셰와 에릭 톨레다노 콤비가 함께 만든 여섯 번째 작품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내내 웃음폭탄이 도사리는 코미디다. 도저히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들이 영화 내내 산재해 있어서, 러닝타임 내내 가볍게 즐기기에는 결코 나쁘지 않은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거침없음’의 측면에서 이 영화는 감독들의 전작인 ‘언터처블: 1%의 우정’과 ‘웰컴, 삼바’의 사이 정도에 위치한 것 같다. 억지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이 영화의 유머 코드는, 대개 타율이 좋지만 간혹 지나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야기의 중심축을 차지하던 갈등 역시 두루뭉술하게 마무리지어진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웃음은 쉽게 휘발되고, 이 영화의 갈등은 쉽게 봉합된다. 그래도, 이런 웃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건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뻔하다면 다소 뻔하다고 할 수 있을 이 영화의 엔딩을 보면서, 솔직히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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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비, 이것이 인생! / C’est la Vie! (Le Sens de la Fête, 2017)

dir. 올리비에 나카셰, 에릭 톨레다노

★★☆



R055 <디트로이트>

거칠게 다가와서 무겁게 짓누른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집요한 관찰력과 굉장한 지구력이 여전히 돋보이는 신작 ‘디트로이트’는, (소재의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그 차가움에 있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만 같다. 거의 모든 장면을 핸드헬드 카메라와 조악한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이 영화의 연출법은, 당장이라도 큰 일이 터져버릴 듯한 당시의 현장감과 인물들이 느끼는 상황의 절망감 그리고 답답함을 극대화시키는 도구로써 그 자체로 훌륭하게 기능한다. 특히나 시대 속의 특정 사건을 묘사하는 이 영화의 미시적 태도는 거의 혀를 내두를 정도여서, 14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중반부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텔 시퀀스에서는 깊이를 알 수 없이 밑바닥까지 파고드는 지독함에 정말이지 진이 다 빠질 지경이다. 한편 하늘로 향한 누군가의 손을 좇아가는 쇼트, 영화의 뒤에 숨겨진 사건 이후의 실제 이야기, 마지막으로 그 인물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쇼트를 영화의 엔딩에 나란히 배치한 ‘디트로이트’는 강렬하게 끝맺음한다. 그렇게 내내 다큐멘터리 같았던 ‘디트로이트’는, 감정적으로 더없이 강렬한 이 두 쇼트의 병렬을 통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며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왜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지, 캐서린 비글로우는 두 가지의 역설(逆說)적인 방향성을 통해 역설(力說)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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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Detroit, 2017)

dir. 캐서린 비글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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