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3 - 2018.06.24,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또 한번 고마운 기획전을 열어주었다. 이름하야 ‘키네마준보 베스트 특집’으로, 일본에서 가장 유구하고 저명한 영화잡지인 키네마준보(キネマ旬報)에서 선정하는 최고의 작품들 중에서 일부를 선정해 상영하는 기획전이었다. 무슨 인연인지 고맙게도 올해 벌써 다른 기획전으로 세 번째 접하게 되는 오즈 야스지로의 유작 ‘꽁치의 맛’을 보았고, 그 외에도 미조구치 겐지의 ‘오하루의 일생’, 그리고 나루세 미키오의 ‘부운’을 보았다.
작년, 도쿄를 방문했을 때 노다역 근처에 있는 고서점가를 구경하던 도중, 영화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 서점에서 책꽂이에 빼곡하게 꽂혀있는 수십년 동안의 키네마준보 잡지들을 보고 정말 다 사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걸 다 살 돈도 없고 옮겨올 힘도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포기했지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황홀경에 빠져 구경을 거듭하던 그 고서점가에서의 짧은 시간이 아직도 머리속에 생생하다. 그리고 결국에는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몇몇 고전영화들의 일본어 팜플렛을 사오고 말았다. 이번 한국영상자료원의 기획전은 이상하게도 나에게 그 기억을 재차 떠올리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보고 싶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지만 바쁜 와중이라 시간을 더 많이 내지 못했다.
오즈 야스지로의 ‘꽁치의 맛’이야,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작품일 것이다. 수십년 동안 그가 천착하던 영화세계의 집대성이자 영화 외적인 요소들을 불러들여 아스라한 뒷맛을 남기는 이 걸작은, 실로 위대한 작품들을 남긴 오즈 야스지로라는 필모그래피의 마지막 위치를 차지하기에 한 점 모자람이 없는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니 말이다. 다만, 아직 보지 못한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들을 접하고 싶은데 기회가 닿지 않아 아쉽다.
미조구치 겐지의 ‘오하루의 일생’은 기대했던 것만큼 인상적이었지만, 나루세 미키오의 ‘부운’은 사실 기대보다는 다소 아쉬웠다. 이 작품들은 각각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대표작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이 작품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감독들의 다른 영화와 함께 다루어져야 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기에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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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53 오하루의 일생 / The Life of Oharu (西鶴一代女, 1952)
S008 꽁치의 맛 / An Autumn Afternoon (秋刀魚の味, 1962)
S054 부운 / Floating Clouds (浮雲,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