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 Aug 31. 2018

2018년 8월 상반기의 영화들

2018년 8월 상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5편.

주피터스 문 (코르넬 문드럭초)

더 스퀘어 (루벤 외스틀룬드)

신과 함께: 인과 연 (김용화)

맘마미아! 2 (올 파커)

델마 (요아킴 트리에)




R075 <주피터스 문>

촬영 테크닉이 다소 과시적이고, 종교적 상징이 다소 직설적이다. 그러나, 헝가리 출신 코르넬 문드럭초의 신작 ‘주피터스 문’에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줄 아는 압도적인 영화적 에너지가 있다.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Europa)’를 제목으로 삼고 있는데다 주인공의 이름을 통칭적인 명사인 ‘아리안’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유럽 세계가 직면한 난민 문제를 장르적 화법으로 다룬다. 공중으로 떠오를 수 있는 일종의 초능력을 얻게 된 아리안(좀버 예거)과 그의 주위를 맴도는 가보(메랍 니니트쩨) 사이에서 환기되는 수직적 관계, 그리고 극중 인물과 실제 배우의 국적 사이의 기묘한 불일치가 인상적이고, 초능력을 갖게 된 아리안을 초월적 존재로 묘사하는 데서 오는 난민(피지배층)과 구호자(지배층) 사이 지위의 역전 역시 흥미롭다. 그러니까 ‘주피터스 문’은, 눈에 밟히는 서사의 단점들을 초월하는 담론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넘기기에는 아까운 작품일 것이다.

-

주피터스 문 / Jupiter’s Moon (Jupiter Holdja, 2017)

dir. 코르넬 문드럭초

★★★★



R076 <더 스퀘어>

전작 ‘포스 마쥬어: 화이트 배케이션’보다도 더 넓은 범위로 뻗어나간 루벤 외스틀룬드의 신작 ‘더 스퀘어’는 발칙하리만큼 흥미롭다. 백인 기득권의 시선에서 백인을 풍자하고, 예술 종사자의 발상으로 예술을 풍자하며, 위선적 군상의 입장에서 위선을 풍자하는 ‘더 스퀘어’는 결국 예술과 도덕 그리고 영화라는 추상성을 진진하게 다루어낸다. 영화 안팎으로 환기되는 (동명의) 설치미술 ‘더 스퀘어’와 영화예술 ‘더 스퀘어’를 자가당착의 모순 속에 밀어넣음으로써 얻어지는 이 영화의 신묘한 화법은, 풍자라는 요소를 유희에 가깝게 활용하고 있는 루벤 외스틀룬드의 거대한 놀이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거기에 놓여있는 것은 결국 인간의 근본적인 위선이라는 역설일 것이다. 자기모순적 정언으로 가득한 ‘더 스퀘어’의 딜레마는, 작년 칸 영화제에서 ‘더 스퀘어’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극적으로 완성되었다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

더 스퀘어 (The Square, 2017)

dir. 루벤 외스틀룬드

★★★★



R077 <신과 함께: 인과 연>

확실히 시리즈의 전작 ‘신과 함께: 죄와 벌’보다는 낫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굉장히 실망스러웠던 전작보다 그나마 낫다는 사실이 속편 ‘신과 함께: 인과 연’에게 면죄부가 되지는 못한다. 전작의 기본적인 설정과 플롯을 답습하는 가운데 새로운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이야기의 다변화를 꾀하려 하는 이 영화는 기존 인물들의 과거까지 끌어들이며 좀 더 야심차게 꾸려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극은 수홍(김동욱)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재판, 춘삼(남일우)과 현동(정지훈)의 사연, 그리고 주인공들의 과거 이야기까지 세 갈래의 사연을 장황하게 펼쳐놓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구심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준급의 CG를 선보이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비주얼이 돋보이지만, 김용화 감독이 ‘국가대표’ 등에서 발휘하던 이야기꾼으로서의 실력은 ‘신과 함께’ 연작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

신과 함께: 인과 연 / Along with the Gods: the Last 49 Days (신과 함께: 인과 연, 2017)

dir. 김용화

★★



R078 <맘마미아! 2>

필리파 로이드의 전작 ‘맘마미아!’ 역시 아바의 노래들에 큰 빚을 지고 있는 평범한 뮤지컬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10년 만에 만들어지는 이 속편에 기대보다는 불안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 파커의 ‘맘마미아! 2’는 생각보다 단단한 속편이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원작자인 캐서린 존슨과, ’러브 액츄얼리’ 혹은 ‘어바웃 타임’으로 알려진 리처드 커티스가 각본에 참여하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을 잇는 과정에서 무리한 설정을 끌어오는 대신 전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감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전작에서 이미 소개되었던 아바의 수많은 명곡들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다소 기시감이 느껴지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Dancing Queen’이 나오는 순간만큼은 무장해제 당하는 것만 같았다. 수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결코 싫어할 수 없는 시리즈의 여전한 속편.

-

맘마미아! 2 (Mamma Mia! Here We Go Again, 2018)

dir. 올 파커

★★★



R079 <델마>

노르웨이 출신 요아킴 트리에의 신작 ‘델마’는 기이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서두에서 경고하고 있듯 이 영화는 섬광이 번쩍이는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강렬한 이미지야말로 후반부의 여러 장면들과 더불어 이 영화의 서사를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퍽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결국 종국에 하나의 구심점으로 수렴하는데, 그 지점까지 도달하는 데 있어 이 영화는 성장영화, 퀴어시네마, 초현실 장르물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가져오는 데 거리낌이 없다. 관점에 따라 다른 독법이 가능하겠지만, 결국 ‘델마’를 하나로 규정해야 한다면 나에게 ‘델마’는 오프닝과 엔딩의 대비에서 느껴지는 패러다임의 역전이다. 그리고 이는 곧, 극중 델마(에일리 하보)가 행위의 주체인지 객체인지의 문제가 될 것이다.

-

델마 (Thelma, 2017)

dir. 요아킴 트리에

★★★☆

매거진의 이전글 2018년 7월 하반기의 영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