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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Sep 28. 2018

2018년 9월 상반기의 영화들

2018년 9월 상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4편.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업그레이드 (리 워넬)

더 프레데터 (셰인 블랙)

죄 많은 소녀 (김의석)




R083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아이슬란드 출신 발타자르 코루마쿠르는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대자연의 압도되는 인간의 모습을 즐겨 그리는데, 아이슬란드에서 제작한 영화와 달리 헐리우드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그의 영화는 하나같이 그가 각본에 참여하지 않은 작품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그의 색깔이 더 들어간 그의 각본 참여작들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신작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퍽 실망스럽다. 대자연에 대한 경외와 인간의 한계를 다루는가 싶다가도 (실화의 굴레에 얽매여) 결국 흔한 이야기로 끝맺음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에 빠진 과거와 바다에 표류하는 현재의 두 시점을 계속 뒤섞고 있는 이 영화의 구성은 약이라기보단 독인 것처럼 보인다. 관객들이 두 시점 어디에도 이입하지 못하고 이야기 속을 떠돌 수밖에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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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Adrift, 2018)

dir.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



R084 <업그레이드>

올해 부천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리 워넬의 ‘업그레이드’가 영화제 공개 두 달 만에 정식개봉한 것은 정말이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호러 영화로 익히 알려진 블룸하우스가 제작하고, ‘쏘우’의 배우로 더 잘 알려진 리 워넬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업그레이드’는 장르적 재미에 충실할 뿐더러, 익숙한 소재로 영화적 쾌감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하다. ‘백 투 더 퓨처’를 연상시키는 오프닝과 ‘007 스카이폴’을 연상시키는 후반부 장면 등 숱한 영화들이 스쳐지나가는 가운데 B급 슬래셔 호러의 장르적 매력과 인공지능이 대두되는 미래 사회라는 SF적 요소가 적절하게 뒤섞인 이 영화는, 더 완벽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스쳐갈 때마다 단단한 완성도로 관객들을 붙든다. 영화의 제목이 ‘업그레이드된(upgraded)’이 아니라 ‘업그레이드하는(upgrade)’이라는 점도, 사운드로만 이루어진 영화의 새삼 특이한 오프닝 시퀀스도, 결국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의도가 분명해진다. 분명 오래도록 언급될 호러 SF 장르의 또 하나의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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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Upgrade, 2018)

dir. 리 워넬

★★★★



R085 <더 프레데터>

‘프레데터’ 시리즈를 원래부터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셰인 블랙의 신작 ‘더 프레데터’는 여전히 낮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마치 C급 감성으로 만든 B급 영화, 라고 표현한다면 적절할까. 외계생물과의 전투라는 소재가 무색할 정도로 싸움박질과 다를 게 없는 진부한 액션 시퀀스도, 절제할 줄 모르고 던져대는 1차원적인 유머들도 그렇다. 엇박자 혹은 당혹감을 완성도의 일부로 활용하는 훌륭한 (그러니까 말하자면 A급 감성으로 만든) B급 영화들에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의 ‘더 프레데터’는, 쉬고 쉰 떡밥으로만 가득한 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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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레데터 (The Predator, 2018)

dir. 셰인 블랙



R086 <죄 많은 소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 현재까지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김의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죄 많은 소녀’는 그 동시에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으로도 오래 회자될 것 같다. 쉽사리 전개가 예상되지 않는 이야기를 강렬하기 이를 데 없는 방식으로 풀어가는데, 서영화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 와중에도 전여빈의 연기가 극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다. 한국 독립영화에서 다소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소재인 ‘불안정한 청소년의 심리’를 다루는 과정에서 ‘죄 많은 소녀’가 집중한 것은 사회적 낙인이라는 굴레를 헤쳐나가(야만 하)는 개인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목소리’라는 수단을 이 영화에서 플롯 안팎으로 활용하는 양상은 물론,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라 타인의 가치관에 의해 재단된 표현인 영화의 제목 ‘죄 많은 소녀’가 이를 간접적으로 환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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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많은 소녀 / After My Death (죄 많은 소녀, 2017)

dir. 김의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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