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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Oct 02. 2018

2018년 9월 하반기의 영화들

2018년 9월 하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3편.

린 온 피트 (앤드류 헤이그)

체실 비치에서 (도미닉 쿡)

파이널 포트레이트 (스탠리 투치)





R087 <린 온 피트>

앤드류 헤이그가 만들었던 ‘주말’ 혹은 ‘45년 후’라는 훌륭한 작품들에 비하면 그의 신작 ‘린 온 피트’는 상당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앤드류 헤이그의 감성적인 화술이 녹록치 않은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을 소년의 시선으로 포착하는 ‘린 온 피트’는 그 자체로 깊은 감정을 파고드는 드라마다. 달린다는 것과 잊는다는 것을 동치시키려는 듯한 이 영화의 화법은, 찰리(찰리 플러머)가 달리는 장면과 린 온 피트가 달리는 장면을 교묘하게 대치시키며 그 구조를 입체적으로 쌓아간다. ‘린 온 피트’는 무언가를 원할수록 하나 둘 씩 잃어가는 성장영화이고, 어딘가를 향할수록 그 목적지가 불분명해지는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결국 달리지 못하게 된 경주마 린 온 피트(Lean on Pete)는 (‘말 이름으로는 이상하네’라는 극중 대사에서 암시되듯) 오히려 달리는 것을 멈추고 쉬이 기대고 싶은 지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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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온 피트 (Lean on Pete, 2017)

dir. 앤드류 헤이그

★★★



R088 <체실 비치에서>

이안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도미닉 쿡의 ‘체실 비치에서’는 감독의 연출이 이야기의 힘을 그닥 살리지 못하는 평작이다. 이안 매큐언의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회한이라는 정서를 다루는 데 있어, 이 영화는 전혀 효과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이를 풀어나가려 한다. (그건 짧막한 순간의 현재와 기나긴 시간의 과거를 뒤섞는 방식이다.) 한 순간의 선택이 누군가의 인생에 평생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으며 서르셔 로넌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보면, 2007년작 조 라이트의 ‘어톤먼트’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톤먼트’에서 조 라이트의 능숙한 연출과는 달리 ‘체실 비치에서’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하루를 다루고 있음에도, 연출이 감정적 고저를 오가는 리듬을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 사이에 놓인 관객들은 그 굴곡을 느끼기 쉽지 않다. 다만, 엔딩 장면의 촬영은 영화(그리고 원작)의 결을 살려낸다는 측면에서 매우 좋았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그건 이 영화의 엔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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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On Chesil Beach, 2017)

dir. 도미닉 쿡

★★☆



R089 <파이널 포트레이트>

우리에게는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스탠리 투치가 연출을 맡은 다섯 번째 작품 ‘파이널 포트레이트’는, 전기의 형식으로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제임스 로드의 실화를 바탕에 둔다(두 캐릭터는 각각 제프리 러쉬 그리고 아미 해머가 연기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남긴 마지막 초상화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는 이 영화는, 초상화의 모델이 되는 인물의 시점에서 만들어진 예술가에 대한 영화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일종의 영화적 변박에서 나오는) 인상적인 순간이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고루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비록 그가 만든 이전 작품들을 보지 못했지만, 아직 스탠리 투치는 나에게 감독보다는 배우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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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포트레이트 (Final Portrait, 2017)

dir. 스탠리 투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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