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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Nov 26. 2018

2018년 11월 상반기의 영화들

2018년 11월 상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4편.

보헤미안 랩소디 (브라이언 싱어)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 (일라이 로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장률)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데이빗 예이츠)





R098 <보헤미안 랩소디>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타이틀로 내세운 이 영화가 퀸(내지는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훌륭한 전기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 그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두근거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솔직히 '라이브 에이드'의 20분 동안은 영화가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을 정도다.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작에 기대할 법한 만듦새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브라이언 싱어는 (후반부 'Radio Ga Ga'처럼) 그래야 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을 휘어잡는 능력이 출중함을 여전히 과시한다. 여기에는 라미 말렉의 열연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것만 같은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결국 이 영화의 울림은 시대를 넘어 퀸의 음악이 선사하는 근본적인 벅참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퀸이 남긴 음악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보헤미안 랩소디’는, ('Somebody to Love'로 시작해서 'Show Must Go On'으로 끝나는) 러닝타임 내내 그 가치를 자랑스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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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2018)

dir. 브라이언 싱어

★★★



R099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의 완성도는 이 작품이 (B급 호러로는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선보여 온) 일라이 로스의 신작이라는 사실을 믿기가 힘들 정도다. 일라이 로스의 작품들을 열렬히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 작품은 그가 카메오로 출연했다는 사실을 빼놓으면 그의 연출작이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허접하다. 잭 블랙, 케이트 블란쳇, 특히나 카일 맥라클란이라는 훌륭한 배우들을 낭비에 가깝게 활용하는 건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될대로 되라는 듯 무리수를 던지는 이 영화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한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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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 (The House with a Clock in Its Wall, 2018)

dir. 일라이 로스

★☆



R100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장률의 작품세계를 정체성적 질문이 주를 이루는 1부와 꿈의 사유가 주를 이루는 2부로 나누어본다면, 그의 신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그 두 세계가 맞닿는 지점에 놓여있다 할 수 있다. 점이적 장소와 중간자의 정체성이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하던 그의 영화답고, 두 부분으로 나뉜 영화의 제목 그리고 영화의 구조가 이를 정확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장소를 의미하는 ‘군산’과 정체성을 암시하는 ‘거위를 노래하다’로 분절되어 있다. 또한 마지막에 등장할 법한 영화의 제목은 영화 중반에 불쑥 등장한다.) 그러니까 시작과 끝이 정확하게 맞닿아있는 이 영화는, (장률의 '경주'나 '춘몽'이 그랬듯) 그 의중을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무의식의 묘사인 동시에, (장률의 '망종' 혹은 ‘두만강’이 그랬듯) 중간지대에 놓인 이들의 아픈 생을 파고들며 반복되는 역사이다. 극중 윤영(박해일)은 만나는 이들에게 구면이 아닌지를 반복해서 묻는다. 겉보기에 퍽 의아한 이 질문은, 이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구조적으로, 혹은 순행적으로 이미 만난 이일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게, 무엇 하나 명확하지 않은 이 뜬구름같은 영화는 꿈결처럼 나른한 데자뷔(déjà-vu)가 되어 끝없이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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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 Ode to the Goose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2018)

dir. 장률

★★★★



R101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이렇게 산만한 판타지 블록버스터도 오랜만. 어림잡아 100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 중 50개 정도를 풀어놓다가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라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활용하면서 (심지어 원작자 조앤 K. 롤링이 각본을 썼으면서도) 후반부로 갈수록 주제가 커지는 걸 감당하지 못하는 이야기 자체의 장악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개 상 전혀 필요하지 않은데 스토리의 일부를 차지하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어서, 모든 중요 인물이 모이면서 극적으로 가장 인상깊어야 할 클라이맥스가 역설적으로 가장 지루하기까지 하다. ‘신비한 동물들’도, ‘그린델왈드의 범죄’도 이 영화 속에는 없다. 이 영화 속에 있는 거라곤 시리즈의 다음 편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같은 고루한 전개와, 특정 인물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과도한 관심 뿐이다. 전작 '신비한 동물사전'은 기대 이상이었는데, 냅다 던져대는 떡밥들을 어떻게 회수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앞으로 이어지는 속편은 아무 기대 없이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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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Fantastic Beasts: the Crimes of Grindelwald, 2018)

dir. 데이빗 예이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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