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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Dec 12. 2018

2018년 11월 하반기의 영화들

2018년 11월 하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2편.

인 디 아일 (토마스 스투버)

후드 (오토 바서스트)





R102 <인 디 아일>

토마스 스투버의 신작 ‘인 디 아일’은 말하자면 서정적인 동시에 염세적인 동화다. 달리 말하면, ‘인 디 아일’은 현실적으로 이상을 꿈꾸려 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창고형 마트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어떻게 영화적인 공간으로 변주할 수 있는지, 혹은 서로에게 끌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일상적인 순간을 어떻게 영화적인 순간으로 포착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인 디 아일’의 화법은 유려하고 능숙하다. 한편 ‘지게차’라는 소재(혹은 정물)를 이렇게나 인상적으로 (그리고 사랑스럽게) 다룬 영화도 없을 것이다. 다가거나 멀어진다는 수평적 움직임을 활용한 시각적 은유는 물론,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수직적 움직임을 활용한 청각적 은유가 무척이나 훌륭하다. (올해 공개되었던 크리스티안 펫졸트의 신작) ‘통행증’과 (재작년 공개되었던 마렌 아데의 신작) ‘토니 에드만’에서 각각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프란츠 로고스키와 산드라 휠러의 호연이 좋고, 물론 그들 사이의 협연을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롭다. 그리고 마침내 현실이 환상을 만나는 이 영화의 아득한 마지막 순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시청각적으로 얼마나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 속에서 오래도록 메아리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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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 아일 / In the Aisles (In den Gängen, 2018)

dir. 토마스 스투버

★★★★



R103 <후드>

개연성을 도둑맞은 것 같은 블록버스터. 카타르시스를 취할 수 있는 캐릭터들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는 인물이 단 한 명도 없고, 스펙타클을 꾀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흘러가는 플롯이 단 한 개도 없다. 활쏘기의 쾌감만이 빛나는 몇몇 장면들을 제외하면 영화 전체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좋은 배우들의 연기를 집어삼키는 것 같은 영화의 황당한 완성도는 엔딩 부분에 이르러 극대화된다. 주요 인물들의 대의를 전부 망쳐버리고 마는 이 어이없는 엔딩은 말 그대로, 할 말을 잃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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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Robin Hood, 2018)

dir. 오토 바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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