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 Jan 01. 2019

2018년 12월 하반기의 영화들

2018년 12월 하반기 극장에서 관람한 개봉작 5편.

아쿠아맨 (제임스 완)

더 파티 (샐리 포터)

PMC: 더 벙커 (김병우)

범블비 (트래비스 나이트)

미스터 스마일 (데이빗 로워리)






R108 <아쿠아맨>

여전한 아슬아슬한 행로를 보여주고 있는 DC 유니버스가 (무리하게 내놓은 팀업 무비인 '배트맨 v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혹은 '저스티스 리그'를 뒤로 한 채) 내놓은 솔로 무비의 일환인 제임스 완의 '아쿠아맨'은 기획의 측면에서 '원더 우먼'과 그 맥락을 함께 한다. 그러나 그 야심과 다르게 ‘아쿠아맨’은 (‘원더우먼’과 비슷한 정도로) 킬링타임 블록버스터로 나쁘지 않을 뿐, 경쟁 상대라 할 수 있을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들에 비하면 기획력이 영 부족하다. 제이슨 모모아와 아쿠아맨은 물론 훌륭한 싱크로율을 자랑하지만, 지나치게 평이하고 단조로운 스토리를 비주얼로 눈속임하려는 듯한 이 영화는 DC 유니버스의 숱한 작품들이 그랬듯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DC 유니버스는 언제쯤 강력한 한 방을 날릴 수 있을까.

-

아쿠아맨 (Aquaman, 2018)

dir. 제임스 완

★★☆



R109 <더 파티>

환장할만큼 답답한 소품극. 마치 연극처럼 최대한으로 절제된 시공간에서 인물들 간의 한바탕 소동을 담아내는데, 양 극단을 오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도식적으로만 짜여져 있다. 철저히 냉소적인 인물과 철저히 감상적인 인물, 혹은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처럼 양 극단을 대표하는 인물들 사이의 논쟁은 아마추어 연극처럼 어설프게 오고갈 뿐 지나치게 극화되어 있다. 말미의 극적인 반전 역시 영화를 인상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한 수단처럼만 느껴진다. '정당'과 '사교 모임'을 중의적으로 의미하는 극의 제목은 (‘변화'에 대한 극중 일갈을 보더라도) 특정 의도를 가지고 짜여져 있지만, 극의 기저에 깔린 이러한 의도가 플롯을 통해 명확히 전달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

더 파티 (The Party, 2017)

dir. 샐리 포터

★★☆



R110 <PMC: 더 벙커>

무시무시할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과 포화력. '더 테러 라이브'에서 보여주었던 실력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김병우는 온 몸으로 증명한다. 숨막힐 정도로 긴박한 상황을 제한된 시공간 내에서 다루는 과정에서 (극히 좁은 공간 속) 하나의 인물에만 집중해서 플롯을 전개한다는 점은 '더 테러 라이브'와 그 맥을 정확히 함께 하는데, 이야기의 야심과 배짱은 한층 더 거대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버거웠을 법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 원동력을 잃지 않는 이 영화의 힘은, 여기에서 끝나겠구나 싶은 시점에서 클라이맥스로 다시 한 번 파고드는 결말부의 지구력에서 극대화된다. 연출적 의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플롯 상의 헛점들을 그대로 안고 가려는 부분, 또는 가족적 정서에 바탕을 둔 감정적 호소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부분이 못내 아쉽지만, 김병우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하는 올해 강력한 한 방 중 하나.

-

PMC: 더 벙커 / Take Point (PMC: 더 벙커, 2018)

dir. 김병우

★★★☆



R111 <범블비>

'트랜스포머' 시리즈 최초의 스핀오프이자, 시리즈 최초로 마이클 베이가 연출을 맡지 않은 작품. 트래비스 나이트의 '범블비'는 마이클 베이가 거의 나락으로 추락시켰던 시리즈에 간신히 인공호흡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발단부터 전개, 절정 그리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한 치도 예측을 벗어나지 않지만, 이런 뻔한 안정감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마이클 베이의 최근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떠올리면 이 정도 완성도 역시 감지덕지. 물론, 범블비라는 캐릭터의 귀여움을 보는 재미 역시 빼놓을 수는 없다.

-

범블비 (Bumblebee, 2018)

dir. 트래비스 나이트

★★★



R112 <미스터 스마일>

데이빗 로워리의 전작 '고스트 스토리'에 이어서, 그의 신작 '미스터 스마일' 역시 독특한 아우라를 풍긴다. 분명 현대적인 만듦새를 가지고도 이상하리만치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이번에는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원로 배우를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다. (도덕적으로 악하다고 할 수 있을) 은행털이범을 주인공으로 하고서도 (이를 그가 선호하는 일로 묘사하며) 낙천적이고 평화로운 어조를 유지하는 이 작품에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선악이라기보다는 호오에 가까워 보인다. 이야기 자체로 보아도 흥미롭지만, ‘미스터 스마일’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기 은퇴작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 그 감흥이 더욱 깊어진다. 특히나 (원제에서부터 드러나듯) 그의 대표작 ‘내일을 향해 쏴라’에 대한 오마주로 느껴지는 각종 장면들은 물론, 연기자로서 그의 삶을 반추하게 되는 후반부 쇼트의 연쇄는 특히나 뭉클하고 저릿하다. 한 명의 훌륭한 배우를 은퇴작으로 추억해야 한다면, ‘미스터 스마일’ 만큼 적절하게 어울리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이 작품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 것 역시 나에게는 특별한 경험으로 남게 될 듯 하다.

-

미스터 스마일 (The Old Man & the Gun, 2018)

dir. 데이빗 로워리

★★★☆

매거진의 이전글 2018년 12월 상반기의 영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