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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Jul 01. 2019

2019년 6월 상반기의 영화들

'로켓맨', '세상을 바꾼 변호인' 등 5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R047 <로켓맨>

엘튼 존이 직접 제작 과정에 관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켓맨'은 전기영화로는 드물게 실존 인물의 조언 하에 만들어진 영화다. 제작 과정에서의 이러한 특이성이 반영된 결과물은, 한 인물의 생애를 지긋이 따라가는 지점에서 한 발의 물러섬도 없기 때문에 인상적이다. 비슷한 시점에 제작 및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되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가 인물을 통해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면, '로켓맨'은 음악을 통해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브라이언 싱어의 하차 이후 '보헤미안 랩소디'를 완성했던 이가 '로켓맨'의 덱스터 플레처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욱 재미있다.) 결국 이 영화는 오롯이 엘튼 존 개인의 굴곡을 깊게 들여다보려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태런 애저튼의 연기 역시 '로켓맨'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한 인물의 겉과 속을 재단 없이 들여다보는데 있어서, 그의 연기는 확실히 큰 역할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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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맨 (Rocketman, 2019)

dir. 덱스터 플레처 (영국)

★★★



R048 <엑스맨: 다크 피닉스>

하품이 나오는 마무리.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리부트의 품격있는 시작을 알렸고,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타임라인을 종횡무진 정리하며 시리즈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리더니,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완성도를 평작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시리즈의 관짝에 못질을 한다. 거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다뤄낼 줄 모르는 각본은 분명히 피날레여야 할 영화를 마치 징검다리인 양 성급하게 마무리짓고, 거의 모든 캐릭터는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처럼) 처럼 낭비되거나 (진(소피 터너)처럼) 과용된다. 여운을 남기기는 커녕 애매한 마무리만 던지는 이 영화의 마지막을 보자니, 인상적으로 부활하는가 싶던 엑스맨 시리즈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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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다크 피닉스 (X-Men: Dark Pheonix, 2019)

dir. 사이먼 킨버그 (미국)

★★



R049 <업사이드>

좋은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휴먼드라마가 대개 그렇듯, 닐 버거의 '업사이드'도 기본적인 재미와 울림은 준다. 하지만 동시에, 이 리메이크작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증명한다. 이미 유명한 '언터쳐블: 1%의 우정'이라는 영화를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케빈 하트의 연기를 제외하면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미 원작 영화에서 프랑수와 클로제와 오마 사이가 보여준 앙상블에 익숙한 우리에게 (극의 배경을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옮겼을 뿐인) 이 공허한 리메이크가 주는 감흥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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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드 (Upside, 2017)

dir. 닐 버거 (미국)

★★☆



R050 <세상을 바꾼 변호인>

진진하고 훌륭한 드라마. 역사적인 특정 사건을 중심 시점으로 삼아 차별에 맞서는 인물의 족적을 따라가는 벅찬 일대기인 동시에, 사건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함께 강변하는 사려깊은 법정드라마인 한편, 그 너머에 일렁이는 넓은 맥락까지 포괄적 시선으로 담아내는 논쟁적인 사회드라마이기도 하다. (최근에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던 실존 인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이야기를 그녀의 하버드 입학 시절부터 윤색해서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당시의 시대에서 인물이 짊어져야 했던 무게를 골똘히 응시한다. 오래 전의 악습이라 생각했던 성차별이 오늘날의 사회에 던지는 뿌리깊은 질문까지 다루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이 영화는, 오히려 현재의 시점에서 골똘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그 지점에서, 원제 On the Basis of Sex가 의역된 국내 제목은 퍽 아쉽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실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모습 역시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다. 인상적으로 쓰여진 각본이 안정적인 연출을 만나 훨훨 날아오르는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다큐멘터리 역시 함께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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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변호인 (On the Basis of Sex, 2018)

dir. 미미 레더 (미국)

★★★☆



R051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원래부터 '맨 인 블랙' 시리즈의 팬은 아니었지만, 이 속편 겸 리부트는 좀 너무할 정도로 성의가 없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데려다 놓고도 제대로 활용할 생각이 (혹은 능력이) 없는 각본은 엉성하게 짜깁기되어있고, 그 속에서 반전이랍시고 펼쳐놓는 이야기의 핀치는 기대와 영 맞아떨어지질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배우들이 애써보아도 타율이 좋지 못한 유머만 계속해서 내동댕이쳐질 뿐. (특히나 리암 니슨과 엠마 톰슨 등의 걸출한 배우들은 그야말로 등장의 이유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낭비된다.)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이 주인공인 시점에서 공교롭게도 '토르' 시리즈의 캐스팅이 떠오르는데, 이 이야기에서 거의 유일하게 웃긴 지점이 '토르' 캐릭터의 레퍼런스를 빌려오는 지점이라는 점은 슬프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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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Men in Black: International, 2019)

dir. F. 개리 그레이 (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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