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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피에 Jan 19. 2022

눈이 오고 있나 봅니다

오늘의 생각

"거기 눈 와? 여기는 펑펑 내린다"


왜 눈만 오면, 그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은 걸까.


"여긴 안 오는데?" 하면, "조금 있다 오려나 보다." 하고,

"여기도 엄청 와." 하면, "엄청나지?" 할 뿐이다.



비가 올 때는 선뜻 묻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눈이 오면 꼭 묻고 싶다. 몇 가지 이유는 알 것도 같다.


비는 일 년 중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자주 내린다. 하지만 눈은 꼭 겨울에만 내린다. 그래서 경험의 빈도상 눈이 더 반가울 것이고, 그리움이 자극되어 공감을 나누고픈것 아닐까.


다르게 생각해볼수도 있다. 비는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눈으로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빗줄기'라고 지칭하는 이유도, 비가 땅으로 떨어져 버리는 기세 정도만 눈으로 가늠하려는 것 아닐까.


하지만 눈은 눈으로 따라갈 만한 '눈송이'들이 있다. 이것들은 우아하게 각자의 춤을 추며 천천히 내려온다. 나는 그것들 중 하나를 눈으로 따라가다 잃어버리고, 또 다른 하나를 따라가다 잃어버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넋을 잃어버린다. 한마디로 최면 같은 것에 걸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춤을 추는 눈송이들 사이로 추억과 기억이 보이는 듯 하다. 눈오는 날 함께 했던 사람과 공간들이 떠오르고, 흩날리는 눈송이들은 그 기억에 '슬로모션'을 걸어준다.



나는 매번 그 순간이 기다려지고, 또 반갑다. 그래서 나는 눈이 오냐는 질문을 받으면, 눈이 오지 않아도 이렇게 대답한다.


"오고 있나 봐."

"온다고?"

"지금은 안 오는데, 오고 있겠지. 조금 있으면 올 거야."


'눈이 오고 있다.'라는 생각만으로, 그리운 기억들은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눈이 도착하면, 기억은 눈송이와 손을 잡고 천천히 춤을 춘다.

그러면 나는 흐릿한 기억들을 들여다볼수있다. 찰나지만,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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