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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fille Mar 13. 2020

캄보디아의 현재를 보여주는 현대적 미학의 영화

데이비 추 Davy Chou의 <다이아몬드 아일랜드> (2016)

캄보디아의 잃어버린 영화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달콤한 꿈> (2011)으로 첫 장편 데뷔를 한 캄보디아 출신 프랑스 감독 데이비 추. 그의 첫 영화는 역사를 살아낸 인물들과 현재 그것에 대해 질문하는 감독과의 대화, 즉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모티브로 한다. 이에 비롯된 미장센의 한 방식으로, 영화 곳곳 감독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캄보디아 청년들이 지나간 영화사의 황금기를 듣고 있었다. 이후 데이비 추는 과거에서 현재로 시선을 돌리게 되고, 자신의 첫 영화를 채우고 있던 캄보디아 청년들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청년들의 꿈을 다룬 실험적 단편 <캄보디아 2099>(2014) 이후, 그는 다시 프놈펜으로 돌아와 자신의 두 번째 장편인 극영화 <다이아몬드 아일랜드>를 연출한다.  


'다이아몬드 아일랜드'는 한강의 여의도처럼 프놈펜을 가로지르는 메콩 강에 위치한 섬 이름이다. 카지노, 호텔, 리조트 등 서양식 호화로운 건물들을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지역으로, 캄보디아의 서구화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부자들의 삶의 공간이지만 토착민들과 건물 공사장의 노동자들이 공존하는, 자본주의의 이면적인 풍경을 지닌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 공간 속에 존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캄보디아 프놈펜의 서구화와 자본주의로 인한 계층화를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다이아몬드 아일랜드의 한 공사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는 보라. 그는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과 함께 휘황찬란한 도시의 밤을 거닐기도 한다. 어느 날 보라는 5년 전 가족을 버리고 떠난 형, 솔레이를 마주친다. 솔레이는 보라에게 세련된 도시의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그들은 함께 오토바이를 타면서 자유롭게 도시를 누빈다. 어떤 외국인에게 후원을 받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솔레이. 그는 동생을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보라는 자신의 친구들을 형에게 소개해주려고 하지만 솔레이는 거절한다. 보라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다이아몬드 토착민 아자와 데이트를 하며 설레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에 일단 수직적인 자본주의의 계층적 담론이 있다. 화려하게 빛나는 서구식의 신식 건물들은 보라와 같이 위험한 막노동을 하고 사는 청년들의 피와 땀의 결과이다. 그러나 선진화된 문화를 향유하는 부자들은 보라가 위화감을 느끼기에는 너무 먼 존재, 다른 세상에 속하는 존재들이다. 노동자로 일하며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보라에게 계층적인 담론을 가져오는 것은 그의 형 솔레이와 그와 함께하는 돈에서 비교적으로 자유로워 보이는 세련된 친구들이다. 같은 세대지만 그들은 다른 삶을 영유하고 있고, 이들은 좀체 섞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영화의 핵심부에는 다이아몬드 아일랜드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서구 중심주의가 있다. 캄보디아의 정체성 같은 것은 버린 채 완전한 서양식을 지향하는 매우 작위적 공간인 다이아몬드 아일랜드. 영화는 기존의 캄보디아의 모습과 사람들,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사이의 긴장을 보여준다. 아직은 발전이 덜 되었다고 여겨지는 캄보디아 사람들도 도시에서는 다른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첨단 문화를 향유한다. 밸런타인데이에 설레 하고, 아이폰에 열광하며, 3D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영화 속 자본에 더 자유로우며, 서구 문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젊은이 집단의 주축에는 솔레이가 있다. 외국 문화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은, 아직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한 어린 보라에게 큰 영향을 준다. 영화는 보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통해 캄보디아의 자본주의의 계층적 대립과 서구 문화의 영향권에 놓여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영화는 순수한 주인공 소년을 따라가며, 사건뿐만 아니라 일상을 포함하는 미니멀한 내러티브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대상을 응시하는 미학을 추구하며, 프놈펜의 삶의 모습과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을 담아낸다. 정제된 카메라, 느린 트래블링, 인물이 움직임이 매우 작게 느껴지는, 인물보다는 그 풍경을 담아내는 롱숏, 인물 둘 사이를 천천히 오가는 카메라 등. 그러나 영화는 한 가지 연출 방식을 고수하며 영화를 일관적 스타일로 끌어가는 대신, 상황에 맞게 연출을 변주하며 다양한 시도를 한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의 핸드헬드 카메라, 보라가 한 소녀를 안으려고 하는 장면의 스플릿 스크린, 드론을 이용한 오토바이를 타는 청년들의 부감 트래블링 등.



캄보디아의 현재를 다루며, 도시 프놈펜의 현대성을 강조하는 영화는 연출에서도 현대적인 기술들을 적극 포함한다. 우선 인공적인 디지털 이미지. 감독은 첫 영화 <달콤한 잠>과 단편 <캄보디아 2099>에서도 사용했던 인터넷 디지털 이미지 (웹 이미지 혹은, 메신저 창) 자체를 영화 이미지에 포함하여 관객에게 직접 이미지를 전달한다. 여기에서는 다이아몬드 아일랜드를 소개하는 비디오 동영상을 영화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고, 도시의 건물들을 밝히는 광고 스크린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프놈펜 도시의 밤을 비추는 화려한 형광색 불빛들은 영화 전체에 인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사운드의 사용에서도 고전적인 사실주의적 방식을 탈피하며 가끔은 사운드를 왜곡하기도 하는 등 새로운 사운드 연출 방식을 제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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