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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Apr 15. 2021

[왓챠] 어디갔어, 버나뎃

천재 괴짜 버나뎃의 자아를 찾아서!


단발머리를 한 케이트 블란쳇이 내 눈길을 잡는다. 음... 영화 정보를 보니...케이트 블란쳇과 리차드 링클레이터? 이건 무조건 봐야한다. 근데 두 사람이 언제 함께 영화를 찍었지? 2019년? 불과 2년 전인데 몰랐다고? 내가 애정하는 두 영화인에 대한 무관심을 반성하면서 줄거리 소개를 볼 것도 없이 영화를 ‘클릭’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뒤가 맞는게 하나도 없는 영화지만 또 말도 안 되게 사랑스러운 영화다. 


최연소 ‘맥아더 상’을 받은 천재 건축가 버나뎃(케이트 블란쳇). (<빅뱅 이론>에서 천재 쉘든이 맥아더 상을 받은 버트를 굉장히 질투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맥아더 상은 1970년, 맥아더 부부가 만든 맥아더 재단에서 어느 분야에서건 창조적이고 천재적인 두각을 드러내는 개인 혹은 단체에게 주는 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상을 받으면 그 분야에서 일약 스타가 되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한때 촉망받는 건축가였던 그녀가 지금은 건축계를 떠나 한 가정의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데 관객들은 그녀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었는지 영화 초반에는 알 수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남편 엘진(빌리 크루덥),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는 외동딸 비(엠마 넬슨)과 수리가 덜 된 허름한 저택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혼자 있을 때면 언제나 무선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으로 인터넷 비서 ‘만줄라’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버나뎃의 괴짜다운 모습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극도로 예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해서 이웃,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비호감으로 찍혔지만 본인이 먼저 시비를 건다거나 화를 일으키는 사람은 아닌데다가 신경질적이지 않아서인지 관객들에겐 오히려 그녀가 더욱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만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도대체 어떤 점이 까칠하고 잘난 척이나 하는 재수 없는 인물로 주변인들에게 낙인이 찍힌 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시작은 딸의 남극 여행 제안이었다. 남극으로 향하는 모든 여정(생면부지의 타인들과 배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 함께 지내야 하는 점, 배 멀미 등등)을 떠올리면 이 보다 끔찍한 여행일 수가 없지만 딸의 얼굴에 대고 “싫어.”하고 말할 수 없었던 버나뎃은 남극 여행에 어쩔 수 없이 동의를 하게 된다. 여행에 대한 걱정, 거기다 성가신 이웃의 선을 넘는 간섭, 그녀의 불안은 고조되어가고, 이 불안은 그녀가 과거에 겪었던 아픔, 건축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소환한다. 과거와 현재가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다. 한때 건축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반짝거렸던 사람이 지금은 반사회적 위험인물이 되었다. 존재의 위기를 맞은 버나뎃, 그녀는 일단 도망간다. 사라진다. 그녀가 그토록 가기 싫었던 남극으로 홀로 떠난 것이다. 


남극이라는, 분명 존재하지만 실재라고 믿기엔 너무도 환상적인 극한의 환경에서 그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닫는다. 그리고 물론 그녀의 가족들, 엘진과 비가 그녀의 뒤를 쫓지만 번번이 어긋나고, 그녀를 찾아가는 여정, 그녀와 떨어져 있는 그 시간만큼 버나뎃에 대한 사랑, 이해는 깊어지고... 결국엔 해피 엔딩. 뭐, 그런 영화다. 코미디가 가미되어 유쾌하고 따뜻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일관성 없는 캐릭터에 조금은 혼란스러운. 그래도 그 허점이 관객의 마음을 붙잡지 않고, 영화의 진행과 함께 그냥 흘려보내지는, 관객 스스로에게 좋은 점만 보자고 타이르게 만드는, 결국 좋은 것만 보고 기분이 유쾌해지는 그런 영화다. 

리차드 링클레이터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볍게 쏟아내지만 철학적인 엄청난 양의 수다가 부족한 플롯에 얄팍한 화장을 씌우고,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매력적인 향을 얹는다. 


퇴근하고, 간단한 저녁을 먹고, 따뜻한 차 한잔 내려서, 혹은 차가운 맥주 한 캔 톡! 따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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