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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Sep 04. 2021

RUN AGAIN


오늘 아침 달리기를 했다. 전날 잠이 부족했던 탓에 몸이 무거워 나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흐릿한 하늘에 선선한 바람까지, 요즘같이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가을 장마에  귀한 날씨가 아쉬워 침대에서 일어나 스포츠 브라를 꺼내 입고 운동화 끈을 매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북적이던 집 앞은  주말의 고요함을 깨우려는  바람과 어디론가 향해 달려가는 자동차들 뿐, 사람은 없었다.


오늘, 내가, 과연, 쉬지 않고 5km를 달릴 수 있을까?  나이키 런 앱을 켜고 양 팔을 앞뒤로 교차 하면서 힘들면 걷고! 그렇게 의심을 달래면서 한 발 한 발 바닥을 밀어내고….


5km를 뛰는데 40분이 걸렸다. 4km를 뛰고 1km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달렸을때와 비교해보면 속도가 2분이나 느려졌지만 그래도 4km를 쉬지 않고 뛰었다. 집으로 돌아와 앱 기록을 확인해보니 마지막으로 달린 날이 4월 10일 토요일, 5달 만에 달린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1년 3개월 전,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때  내게는 꽤나 큰 야심이 있었다. 일 년 안에 10km달리기에 성공하고 시민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는 것. 물론 중간에 쉬거나 걷는 일 없이 오직 달려서 10km를 이동하는 것이다.  지난 겨울에 7km에 성공하고서 봄이나 여름 쯤이면 10km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쉽지는 않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5km를 달린 것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처음의 목표를 생각하면 시시하지만 그래도… 올 겨울에 10km를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나의 시간에는 의무가 없었다. 하루 리듬이 무너지면 무너진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어 괴로워하던 날들이 계속되었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하루가 끝나는 날들. 반복되는 좌절과 실망에 냉소만 늘었다.  시작은 아마도 다이어트였을 것이다. 시간 있을때 살이라도 빼자. 뭐 이런거. 아침에 운동을 하면 어떻게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운동은 내가 내 정신을 붙들고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게 해 주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지난 5개월 동안 달리기는 못했지만 그래도 매일 스트레칭과 규칙적인 근력운동은 해왔다.  어쩌면 오늘 달리기가 생각보다 할 만했던 것이 이 덕분인지도 모른다. 운동을 하면서 생긴 나의 철칙이 하나 있는데 절대로 무리하지 말 것! 운동은 부분이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개월 동안 달리기를 쉬었다.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내 몸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바쁜 날들이 계속되었다. 나는 항상 피곤했고 바닥에 발바닥을 대고 서는 것 만으로도 온 몸에 전기가 통하는 듯 했으며 쉼은 더이상 쉼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게을러졌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나의 게으름을 추궁하는 것은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최소한의 것만 하자고 나를 달래었다. 비록 글을 쓰거나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체력은 안 되었지만 하루 20분 정도의 스트레칭은 감당할 수 있었으니 그래도 다행이었다.


나는 다시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인 상태로 돌아왔다. 무너진 습관을 다시 세우는 일은 역시 만만치 않고,  내가 하고싶은 프로젝트들의 실현 방법에 대한 고민과 그외 잡다한 일들로 집중력은 분단위로 무너지지만 오늘 아침 달리는 동안 올라간 심박수가 아직도 내려가지 않은 것인지  꽤나 근사한 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지금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음… 이 짧은 일기비스무리한 글을 2시간이 넘도록 쓰고 있다는 사실은 좀 절망스럽지만 내 기분을 설렘쪽으로 애써 몰아 붙이련다.


내일 아침은 두 다리가 몹시 저릴 예정이기 때문에 다음 달리기는 월요일 아침이 될 것이다. 월요일엔 부디 5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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