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쫓기는 꿈 좇기

인간의 생각은 어디서 출발하고 어디서 다시 시작하는가?

by Roo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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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은 생각을 다루는 영화다.

주인공인 '코브'(디카프리오)의 의미심장한 대사의 단어 'idea'를 언급한다. 선전포고 하듯이 오프닝을 끝낸 후, 영화 속 생각 훔치기 이야기는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엔진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코브'(디카프리오)의 아내에 대한 트라우마이자 자녀와 함께하고픈 의지이다.

무엇인가에 계속 쫓겨서 가족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코브'(디카프리오)는 관객에게 생각하는 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생각대로 행동을 이어가고, 그 끝에 있는 자신의 생각에 도달한다.

마침내 그는 가장 깊숙한 곳에서 생각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을 끝내버린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데 결정하는 요소 중 '무의식'이라는 것이 있다. <인셉션>은 그 무의식에 초점을 두고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영화가 전제하고 있는 '무의식'은 한 명의 20대 남성(A)이 영화 티켓 한 장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 속하는 편이다.

20대 남성(A)은 인셉션 영화 마케팅 팀에 의한 포스터, 홍보문구, 디카프리오라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기대할 만한 이야기를 가져오는 감독 등을 우연하게 접한다. <인셉션>이라는 영화에 대해 인지하게 된다. 그 후, 지속된 광고 노출과 관람객의 후기, 기사 등을 또 접한다. 관심을 가지게 된다. 모바일이나 PC로 인셉션에 대해서 검색을 하고 후기나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다. 이후 관람을 원하게 된다면 티켓을 예매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관람한 후에는 스스로 영화 앱이나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후기를 남기게 된다. 또 다른 이들에게 영화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여정은 영화 티켓 구매 여정에서 광고가 어떻게 사람의 생각에 미치는지에 대한 단계별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내에서 '코브'(디카프리오)가 남이 잠드는 사이에 꿈속에서 생각을 훔치고 주입할 수 있다는 설정은 의도된 부분이다. 실제로 생각을 주입하는 장면에서 본인을 '마케팅 팀 직원'이라고 속이는 것 또한 의도된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사회인들은 많은 정보와 광고의 홍보 속에서 동요하게 된다. 또는 어떠한 확신을 통해서 머릿속에 기억을 저장한다. 그리고 어떠한 정보나 이야기를 믿게 된다.

무의식은 한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지만, 그것이 구성되는 방식은 외부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 20대 남성(A)이 영화의 등장인물과 별 다를 바 없이 영화 티켓을 구매할 때 사고하는 방식은 무의식에 기반한 행동 패턴인 것이다.

다만, 여러 광고 속에서도 <인셉션>을 모르는 관객과 알고 있는 관객이 있다. 알고 있는 관객 중에서도 영화를 보지 않고 그러한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관심이 행동으로 이어져서 관람을 하게 된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관심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을뿐더러 알지도 못하는 영화인 것이다.

마케팅팀은 관객들로 하여금 하나의 영화를 보게 하기 위해서 관심과 행동을 촉발시키는 무의식을 자극하는 것이 목표인 셈이다.

그 동기는 바로 내면 깊숙한 곳에서 분출되는 '생각'이다.


생각은 컴퓨터처럼 단순히 기계적으로 들어맞는 결괏값을 가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기억, 가족과의 관계, 현재 처한 상황, 느끼고 있는 감정 등에 기반하여 구성되고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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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디카프리오)에게 사망한 아내인 '멜'(마리옹 꼬띠아르)은 '두려움'이라는 생각에 기반한다. 중요한 작업을 할 때마다 트라우마 상처로 남은 아내와의 기억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거나 실패의 원인이 되는 장면을 여러 번 의도하여 보게 된다.

그는 자신 때문에 아내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자책한다.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서 꿈속의 세상을 진짜인 것으로 믿게 만든 것이 화근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화 상 '멜'(마리옹 꼬띠아르)은 진짜 세상과 꿈속의 가짜 세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게 된다. 그 계기는 꿈속에서 상상을 멈추고 기억에 의존하여 꿈속 세상을 설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앞서서 '코브'(디카프리오)가 '아리아드네'(앨런 페이지)를 '설계자'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꿈속의 설계에 대한 설정을 설명한다. 한 사람의 꿈속에서 다른 사람이 꿈의 내용을 바꿀 때, 그 꿈의 주인이 무의식적으로 다른 이가 자신에게 생각을 주입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꿈의 주인은 무의식에서 형상화된 투사체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바꾸게 만들려는 사람을 내쫓기 위해 공격한다. 이때, 미로를 설정하여 도망갈 수 있다면 그 공격에서 벗어나서 생각을 훔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단, 미로의 구조는 꿈의 주인이 알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꿈의 주인이 미로의 설계를 알게 되면 다시 공격하여 꿈에서 내쫓으려 하기 때문이다. 기억에 기반한 설계는 설계자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상상에 의한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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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디카프리오)에게 새로운 설계자인 '아리아드네'(앨런 페이지)는 '도전'이라는 생각이다. 사망한 아내인 '멜'(마리옹 꼬띠아르)이 무의식 속에서 위기 순간에 등장하는 만큼, 그 위기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과거 속 기억에 머물렀던 '코브'(디카프리오)가 미로 같은 내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아예 새로운 설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두려움'과 '도전'은 '코브'(디카프리오)에게 있어서 딜레마인 감정이다.


'코브'(디카프리오)는 '멜'(마리옹 꼬띠아르)에게 기억에 의존한 세상을 만들도록 만들고 현실감각을 잃게 만들었다. 꿈속 세상의 영원한 사랑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욕심을 부른 것이다. 또한 아내를 잃고 나서도 기억에 살고 있는 아내를 한 번 더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아내와의 사랑이 영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현실 세계에서 그 두려움을 견디지 못한 '코브'(디카프리오)는 스스로 미로에 갇혀버린 것이다.

꿈속 세계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은 '멜'(마리옹 꼬띠아르)이 가졌던 생각이지만, 그 생각을 주입하도록 의도하고 심은 사람은 '코브'(디카프리오)였다. 당시에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상상을 멈추고 좋았던 기억 속에 머물고 그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는 혼자서 도저히 그 미로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죄책감을 벗어나는 경로, 즉 미로를 빠져나올 구멍은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확신을 얻는 방법은 두려움을 기억으로 만들고 상상에 기반하여 단서를 만들고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 단서는 내가 용기를 가질 것이라는 새로운 생각에 주입당하는 것이다.

내가 상상한 세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이 이어지는 것이다.


생각과 동기와 믿음이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결정적인 장치는 시간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하면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깨어나면 더 이상 꿈속의 주인에게서 생각을 훔치거나 주입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시간은 촉발된 마음이 직접적인 행동으로 만들게끔 강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코브'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미션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면 언제 다시 아들과 딸을 만나게 될지 알지 못했다. 제한된 시간 동안 미션을 완수해야만 사랑하는 자녀를 만나러 갈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미로를 벗어나야 했다. 미션은 남에게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었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도 두려움을 넘어서 도전에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에 주입당해야 했다.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는 이상, 두려움과 과거에 매달려 쫓기듯이 살아갈 것인지, 자신이 좇는 자녀와 행복한 일상을 향할 것인지 선택하는 상황에 놓이기 마련이다.


이 영화의 결말을 두고 많은 해석과 의견이 분분하다. 대게 명쾌하지 않고 애매한 해석을 남기는 영화들이 그렇듯이 질문의 화살은 관객에게 돌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껏 생각에 대한 <인셉션>의 생각을 들려주었는데, 관객의 생각은 어떠한지 물어보는 것이다.

이 영화의 생각에 주입당한 것인지, 영화에 자신의 생각을 주입할 것인지, 지금 나는 어떤 생각을 주입받았고, 어떤 생각을 세상에 주입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결말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코브'(디카프리오)가 마지막 결정적인 도전에서 성공했다면 행복한 일상이 현실일 것이다. 반대로 도전에 실패했다면 행복한 일상은 꿈이 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코브'(디카프리오)의 두려움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면 꿈으로 보일 것이고, 도전이 더 와 닿았다면 현실로 보였을 것이다.

영화상에서 '코브'(디카프리오)가 두려움에 속해있는 동안은 기업과 사냥꾼들에게 쫓기는 먹잇감 같은 존재였다. '아리아드네'(앨런 페이지)를 만나서 도전에 용기를 내었을 때는 자신이 상상한 행복한 일상을 꿈을 좇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인셉션>의 논리에 따른다면 '생각'은 기억에서 출발하여 상상에서 다시 시작한다. 두려움과 도전을 이어가며 정해진 시간 내에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꿈과 현실의 구분은 그 결과에 따라 무의식과 의식의 거리가 결정된다. 현실에서 꿈을 좇는다면 세상은 선명하게 보이고, 꿈에서 현실을 찾는다면 흐릿하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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