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나이퍼>
이라크 전쟁에 4번이나 파병됐던 '크리스 카일'에 대한 실화를 다룬 작품입니다. 크리스는 미국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씰 소속으로 160명(비공식으로는 255명)을 저격한 스나이퍼 입니다. 영화는 크리스가 입대해서 아내를 만나고, 파병지에서 근무하다 돌아와 생활하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리스 카일은 미국에서는 '영웅'으로, 이라크에서는 '악마'로 불리던 인물입니다.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 한 것이니까요. 영화는 묘하게 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았습니다.
영화 자체는 매우 담백합니다. 가능한 있는 그대로 전쟁의 실상과 군인들의 고통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영화를 두고 이렇게 치열하게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없습니다. 미국 만세를 그린 무책임한 히어로 무비라는 혹평과, 반전 메시지를 제법 충실히 담았다는 호평이 공존합니다.
신기한 것은, 어느쪽으로 봐도 그렇게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미국인의 자뻑 영화로 봐도, 전쟁의 참상을 후벼판 반성 영화로 봐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그 때문인지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34만명 보는데 그쳤지만.
보고싶은대로 보고, 믿고싶은대로 믿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묻고, 답하고, 고민하고, 바로잡는 과정을 생략하면 누구나 그리 되겠지요. 언제부턴가 스멀스멀 광장을 메우기 시작한 태극기와 성조기 물결이 보여주듯 말입니다.
영화 때문에 떠올리게 된 작금의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내용이 담백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스타일이 담백하다는 것일 뿐. 전쟁의 실상, 그 중에서도 특히 보병과 저격수가 겪는 일들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전쟁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러닝타임이 꽤 길지만, 스토리가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이 왜 전쟁에 그토록 매달리는지, 왜 동료들 치료에 치중하는지 등은 길게 다루지 않거든요. 여자분 성향을 고려해서 판단하시길.
p.s. 폭스캐처 만큼이나 실존인물과 배우의 싱크로율이 높습니다.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