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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Mar 14. 2017

죄책감과 모성애

<파도가 지나간 자리>

등대지기 부부의 사랑

톰(마이클 패스벤더)은 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입니다. 전쟁의 상처 때문에 힘들어하다 무인도 등대지기에 자원하죠. 톰은 이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과 사랑에 빠지고, 무인도에서 신혼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이자벨이 2번이나 유산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요. 그러던 어느날 파도에 떠내려온 쪽배에서 갓난 아이를 발견하고, 두 사람이 뜻하지 않던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M.L. 스테드먼의 2012년 소설 '바다 사이 등대'를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이 영화화 했습니다. <블루 발렌타인>과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를 연출했던 감독이죠. 잔잔하게 요동치는 로맨스를 그리려 했던 것 같아요.

보는 내내 좀 그랬는데. 역시 ㅋㅋ


어느 하나에 집중했더라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테마는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톰의 '죄책감'입니다. 어지간해선 견디기 힘든 고독이 오히려 그에게는 도피처가 될 정도니까요. 본격적인 사건의 발단도 결국 이 죄책감 때문에 불거집니다. 하지만 영화는 죄책감으로 인한 고통을 충분히 묘사하지 않아요. 그러니 몰입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 할 수 밖에요.


톰의 '죄책감'이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모성애'입니다. 두 번의 유산 직후 이자벨이 아이에게 쏟는 사랑, 아이를 잃고 헤매는 한나(레이첼 와이즈)의 사랑. 어느 쪽도 욕하거나 비난하기 힘든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이 역시 충분히 빠져들어 애절하다 느끼기엔 좀 모자란 느낌입니다. 물론 스토리 전체를 이해고 따라 가는데는 무리가 없습니다만.

뭔가 그림 같지 않나요


실제 커플의 사랑 이야기

오히려 영화는 톰과 이자벨의 예쁜 사랑이 도드라 집니다. 띠동갑에 가까운 두 사람은 이 작품 때문에 커플이 되어 1년 조금 못 되게 사귀었거든요.


첫 눈에 반한 남자에게 용기를 내는 여자, 묵묵히 여자를 배려하고 아끼는 남자, 편지로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 부모로서의 사랑 보다는 연인 사이 사랑과 설렘을 잘 담고 있습니다. 꼬마 아이의 귀여운 얼굴과 애교는 덤이고요.

등대의 불을 켜고 끄는 정규직이라니
아이가 있는 분들은 무장해제가 될 거예요 아마
언뜻 모니카 벨루치 인 줄 ㅋ


추천: 달달한 사랑이 그립다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는 살인에 대한 고통, 죄책감의 무게,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 같은 것이지만.. 말씀드린대로 이런 내용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뤄진 면이 있습니다. '인생의 쓴 맛' 보다는 '연애의 단 맛'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달달함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당연히 데이트 영화로도 나쁘지 않겠죠. 한 가지 걸리는 건..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올망졸망 하다는 것인데요. 시원하고 경쾌하게 이야기가 오르내리기 보다는, 잔잔하고 느릿느릿 펼쳐진다는 건 꼭 참고하셔야겠네요.

삼촌과 딸이라 해도 믿겠네


p.s. 수염을 깎으니 5년은 젊어 보이더군요 ㅋ


#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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