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 제목은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노인을 돌봐주지 않는 나라. 현인이 우대받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곳. 부조리한 세상을 담담히 관조하는 영화입니다.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는데 국내 성적은 별로예요. 6만7천명 봤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스펜스는 대단하지만, 기승전결이 쉽고 뚜렷하진 않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호불호가 갈린 것인지.
사냥을 하던 모스(조쉬 브롤린)는 우연히 시신이 널부러진 범죄 현장을 발견합니다. 마약 거래를 하다 서로 총질을 했던 곳이죠. 모스는 죽어가는 남자 옆에 있는 돈가방을 챙겨 집으로 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양심의 가책을 느껴 현장을 다시 찾았다가,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리고 계속 쫓기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성파 작가 코맥 멕카시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인사이드 르윈>, <헤일시저>, <아리조나 유괴사건>,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 <파고>의 감독 코엔 형제가 연출했고요.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소시오 패스처럼 보이는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80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죠. 보고 있으면 정말 섬뜩합니다. 특이한 헤어스타일과 무표정한 얼굴의 묘한 조합.
최근 몇 작품에서 맹숭맹숭해진 토미 리 존스의 존재감이 아직 느껴지는 영화고요, 조쉬 브롤린과 우디 해럴슨, 켈리 맥도널드의 연기도 반짝거립니다. 텍사스의 황량하고 적막한 느낌이 잘 묻어난달까요.
일부러 막 몰아가는 음악이 나오지 않는데도, 보는 내내 가슴 조리며 숨이 막히는 영화입니다. 부조리한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죠. 영화의 장면장면을 곱씹으며 생각해 보기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데이트 영화로는.. 좀 건조하고, 냉랭하고, 관조적이라.. 커플의 성향 따라 좀 갈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명쾌한 결론, 산뜻한 기분, 화사한 분위기를 쫓는 커플이라면. 워워. 아서요. 모래 먼지 폴폴 날리는 영화라.
p.s. 로스트 인 더스트, 녹터널 애니멀스가 참고했겠지. 아마도. ㅋ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