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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Dec 30. 2016

말 못할 때 해야 진짜 언론

<자백>

말하지 못했던 자의 부끄러움 

보기 싫었습니다. 사실 유가려 씨의 첫 폭로가 나오던 날, 그 자리에 있었거든요. 검찰 출입 기자였던 저는 취재를 하고도 기사를 쓰지 못했습니다. '일방의 주장'이라는 데스크의 반려 때문에. 반년 후 그 일방의 주장이 법원에서 인정됐지만, 그 때도 역시 못 썼습니다.


보기 싫었던 이유는 쪽팔림과 창피함 같은 거였습니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끝까지 싸워서 기사를 못 썼다면, 누군가 싸워서 만들어 낸 영화를 알리기라도 해야한다.' 그렇게나마 빚진 마음을 털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최승호 감독을 모시고 팟캐스트를 녹음했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

영화에는 3편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간첩으로 몰려서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되는데,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파편적인 기사로는 담아낼 수 없는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영화는 오랜 시간을 두고 제작됐습니다. 정상이라면 TV 프로그램에서 수차례 다뤄질만한 내용인데도,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시도는 많이 했지만 번번히 가로막혔고, 끝내 돌파하지 못했던 거죠.


의외의 목소리, 아련한 기억

영화 중간에 제 목소리도 나옵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질문하던 사람. 국정원은 그날 기자들을 병풍으로 세워두려고 이른 아침 서초동에서 검찰 기자들을 태워갔습니다. 그리곤 질문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이럴거면 기자들을 왜 불렀냔 항의가 이어졌지만, 국정원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리곤 남재준 원장이 짧게 준비한 원고를 읽고 나가더군요. 손을 들고 질문을 했지만, 남 원장은 흘끗 노려보고 나갔습니다.


가끔은 이런 데이트도 필요하다

시사에 관심 없는 애인,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덤덤한 친구, 배부르고 등따숩냐고 핀잔주는 부모님. 이런 분들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스크린이 없어도  IPTV가 있잖아요. 목숨 걸고 만든 사람들도 있는데, 그 정도는 해야죠.


팩트가 주는 힘이 있어서, 기대보다 재미있습니다. 예전처럼 <PD수첩>에서 틀었으면 수백만명이 봤을텐데, 14만명 쯤 봤습니다. 여러 기관의 끈질긴 방해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p.s. 김기춘 선생과 원세훈 선생의 연기력이 아주 발군이예요. 혼이 담긴 구라.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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