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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프롷 Jan 13. 2017

시 같기도, 스케치 같기도

<최악의 하루>

간만에 만난 삼림욕 같은 영화

누군가 이 영화를 두고 시 같다는 표현을 했던데. 시 같기도 하고 스케치 같기도 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이야기로 꽉 채워져 있다기 보다는 여백과 여운이 많은, 그런 영화입니다.


가끔 수목원 가서 삼림욕 하잖아요.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하고 오진 않지만 여유로운 분위기에 취해 몹시 만족하게 되는 그런 기분. 차분한 배우들의 연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남산 길을 참 예쁘게 찍었습니다


스토리: 설명 대신 그냥 보여준다

일본인 작가 료헤이는 출판기념회를 하러 왔고요, 은희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요. 그리고 각자 당황스런 하루를 보냅니다. 그리곤 밤하늘 아래 남산에서 다시 만나죠.


영화는 이들의 하루를 담담히 보여줍니다. 두 사람의 한나절 일상을 따라가죠. 감독은 영화에서 각자에게 일어난 사건의 전후 맥락과 내용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호오가 좀 갈리는 감이 있습니다.

저런 남자들은 되지 말아야겠다.. 뭐 그런 생각을 ㅋ


연기: 여백 위 펼쳐진 수채화 같은

좌충우돌 한예리는 조용하고 무게있게 영화를 끌고 갑니다. 연예인 남자친구인 권율, 유부남 남자친구 이희준, 일본인 작가 이와세 료, 모두 한 몫씩 합니다. 출판사 사장님은 조금 섞이지 못하는 듯 합니다만.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찰진 연기가 이어지니, 마치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기분입니다. 자기 나름의 경험과 상상을 덧대어 보게 되더라고요. 의도하지 않은 번짐까지 곱씹게 되는 그런.

특히 이 남자. 아.. 참 별로에요. 가오 빠지게. ㅎㅎ


추천: 조용한 영화를 찾으신다면

이야기가 촘촘한 영화나, 통쾌한 볼거리가 담긴 영화 말고. 여유있는 호흡의 영화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연애 중이시거나, 막 끝내셨거나, 이제 시작하시거나.. 다 괜찮겠네요.


바람 핀 상대 때문에 치를 떨었는데, 헐리우드 팝콘 영화를 좋아한다? 이런 분들은 굳이 찾아보지 않으셔도 좋겠습니다. 빡빡한 세상 스트레스 받을 일 많은데 영화까지 그럴 필요 있나요. ^^

출판사 사장님은 이름이 잘 안 나오던데, 나름 신선했어요


p.s. 저 정도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첫만남에선 영어를 왜 그렇게? ㅋ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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