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드업>
배우도 세트도 CG도, 요즘엔 빵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지만, 결국 영화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탄탄한 시나리오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볼만 하다는 걸 입증한 영화입니다.
2015년 11월에 4개 스크린으로 개봉했는데 겨우 77명 봤습니다. 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죠. 교도소라는 제한된 공간, 심지어 여자 배우도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죄수들과 교도관들만 드글대는 영화죠. 그런데 보고 나면 먹먹합니다. 신기하게도.
에릭은 소년원에서 수용이 불가능한 고위험군 죄수입니다. 그래서 일반 교도소로 조기이감(starred up) 되는데, 여기서도 천방지축 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교화 프로그램 담당자의 권유로 상담을 시작하는데, 사실 이 교도소에는 에릭이 5살 때 수감된 아버지가 있습니다. 이들이 겪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로스트 인 더스트>, <할람포>, <영아담>을 연출한 데이빗 맥켄지 감독 작품입니다. 각본을 직접 쓰진 않았습니다만, 데이빗 맥켄지 특유의 스타일이 잘 살아 있습니다. 내달리지 않지만 조마조마한 느낌이랄까.
거침 없어요. 언제 폭발할지 모를 정도로. 그래서 보는 내내 긴장하게 됩니다. 배우들 연기가 참 대단해요. 교도소 내부를 며칠간 들여다보고 온 기분이 들만큼 처절하고 냉랭한 현실을 아주 잘 담아냅니다.
잭 오코넬의 연기는 피가 끓습니다. <주먹이 운다>의 류승범 보다 훨씬 더. 아버지 벤 멘델존과 민간인 루퍼트 프렌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사연을 보여주지 않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어요.
마크 러팔로가 나왔던 <폭스캐쳐>나 <로스트 인 더스트>가 좋았다면 이 영화도 괜찮으실 겁니다. 형제애를 다룬 영화와는 다른, 부자간의 이야기가 주는 묘한 정서가 있어요. 물론 훨씬 거칠지만.
데이트 영화로는.. 너무 거친 게 걸리네요. 영화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몰라도. 기승전결 뚜렷한 사건이 벌어지거나, 뭘 해결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그보다는 '관계'에 대한, '사람'에 대한 고찰에 가깝습니다.
p.s. 김기춘 씨가 X꼬 검사를 저렇게 받았으면 어땠을까.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