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스 플랜>
달달한 로맨스 무비를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뉴욕의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전혀 다른 방식의 이야기 입니다. 이제는 로맨스도 저렇게 비틀어야 하는 건가 싶을 만큼.
내로남불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겠지요.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인 사람들도 분명 있긴 할 겁니다. 영화는 사랑이 결국 선택과 의지의 문제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찌질한 남자를 만나면 개고생 한다'는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이는 원하지만 결혼은 싫다는 매기(그레타 거윅)와 소설가를 꿈꾸는 교수 존(에단 호크)는 같은 대학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존은 부인 조젯(줄리안 무어)과의 사이에 두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이지만, 우연히 만난 매기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래서 조젯과 이혼하고 매기와 재혼하죠. 하지만 한바탕 시끄러운 사건이 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러브어페어(1994),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1992)에 출연했던 레베카 밀러가 각본을 쓰고 감독을 했습니다. 불륜과 바람에 대해 쌓인 얘기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불륜과, 그로 인해 생기는 복잡 미묘한 사연들이 나름대로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다들 연기를 참 잘합니다. 주인공 매기는 순수하면서 참 갑갑해 보이는 여성 캐릭터인데요, 인생의 굴곡을 속속 잘 묘사합니다. 줄리안 무어의 '피 한방울 안 날 것 같지만, 어딘가 모르게 좀 맹해보이기도 하는' 연기도 꽤나 훌륭하고요.
무엇보다 우유부단하고 찌질한 남자 캐릭터, 에단 호크의 연기가 일품입니다. 영화 초반에는 분명 매력적인 소설가 같았는데, 중반 쯤 가니 죽빵을 한대 날리고 싶게 꼰대처럼 보이더군요. 감독의 연출력인지 배우의 연기력인지.. 감초 역할을 맡은 조연들의 연기도 모두 좋았습니다.
시작 단계에 있는 연인에게는 권하지 않으렵니다. 여자분이 몰입해서 본 후에 '나는 그래도 남자 잘 만났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아마도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까 싶네요.
달달, 상큼, 발랄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그보다는 훨씬 아침드라마스러운 막장 주제에를 다룬 현실성 그득한 영화거든요. 아, 물론 로맨스 영화는 맞습니다. 사랑에도 여러 단계가 있으니까.
p.s. 피클 아저씨, 화장실서 좀 기다렸다 나왔어도 되잖아. 뭘 굳이.. ㅋㅋㅋ
(데이트 활용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