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프롷 Feb 17. 2017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스노든>

난 꿀릴 것 없다는 이들에게

<플래툰>과 <7월4일생>으로 오스카를 두 번이나 거머쥔 감독. 90년대까지 쟁쟁한 작품을 쏟아내다 새천년 이후엔 사그라들었나 싶었던 올리버 스톤. 일흔을 넘긴 노장의 야심이 한껏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아무리 파격적인 일이라도 신문과 방송으로 한동안 잘게 썰리면, 무뎌지게 마련입니다. 전체 맥락을 꿰기도, 한결같은 관심을 두기도 어렵죠. 그것이 정말 중요한 일일수록, 사회 구성원들이 곱씹어 해결해야 하는 아젠다 일수록 답답함은 커집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특히 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중요한 사건의 맥락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재미와 의미를 다 담았다고 해야겠죠.

조토끼와 스노든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스토리: 각오한 자의 폭로

미 CIA와 NSA 정보분석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정부가 테러 방지를 구실로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투명한 국정 운영을 기치로 내걸었던 오바마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스노든은, 구호와 실제가 다른 현실에 좌절해 미 정부의 불법 행위를 폭로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가디언지 기자를 비롯한 이들을 만나 이를 세상에 알리고 쫓겨다니죠. 스노든의 실화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각본에 꽤 정성을 쏟았습니다.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 16명이니까요. 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이뤄져 있어요. 스노든이 언론인들을 만나 인터뷰 하고 기사를 내 보내고 러시아로 망명하는 과정, 과거 CIA에 입사해 정보를 알게되고 증빙 자료를 빼내기까지의 과정. 두 내용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인터뷰부터 기사화 과정까지를 꽤 사실적으로 담아냈어요


연기: 역시 조토끼

안경 다른 것을 빼고, 외모와 목소리가 상당히 비슷합니다. 숫기 없는 프로그래머, 내적 고민과 갈등이 많은 지식인, 결심하고 행동하는 청년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합니다. 역시 조토끼라 해도 될만큼.


<디센던트>, <안녕 헤이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쉐일린 우들리, <스타트랙> 시리지의 스팍 형아로 유명한 재커리 퀸토, 어느덧 후덕해진 왕년의 액션스타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안경까지 똑같으면 너무 따라한 것 같을까봐 그랬겠죠?
여자친구의 싱크로율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추천: 촛불집회가 자연스러운 이들이라면

실화의 내용도, 영화적인 재미도, 모두 중요하고 훌륭하지만... 고작 277개 스크린에서 딱 일주일 개봉하고 사라졌습니다. 관객은 3만6천명을 가까스로 넘겼어요. 물론 우리나라 일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못내 아쉽습니다. 좀 더 많이 봤으면 좋았을텐데.


데이트 영화로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실화의 내용을 자세히 몰라도 충분히 볼만해요.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뭐 지금은 극장에서 보실 수 없겠지만.

많이 늙으셨네 올리버 스톤 할아버지

 

p.s. 실제로는 영국 웹캠 영상.. 끝까지 다 봤다에 오백원 겁니다. ㅋ



#김프로 별점        ★★★☆

(데이트 활용도    ★★☆)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꼬인 인생은 누구 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