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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May 01. 2023

문을 두드리자! 문을 열어주자!

<오토라는 남자>

영화 내용을 대략 요약하자면,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상심에 빠져 자살하려는 남자를 온 세상이 방해한단 이야기. 아, 자살 하기가 이렇게도 어려울 수도 있구나!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영화의 실질적 내용은 완전히 그 반대다. 오토가 스스로의 손으로 생을 일찍 마감하고 싶어했다고? 헌데 자살을 온 세상이 말렸다고? 물론 그건 일정 부분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도 생각 해본다. 오토의 자살 시도들이 방해받았던 이유는 각자 무엇이었지? 집 거실에서 목 매달고 죽으려 했을 때, 오토는 자신의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방해받았다. 차고 안의 차에서 유독가스로 죽으려 했을 때는 차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방해받았고,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어 죽으려 했을 땐 자신보다 앞서 떨어진 다른 남자에 의해 받았지. 그리고 그가 총으로 시도했던 마지막은 어김없이 또다른 누군가의 노크 소리로 인해 방해받았었다. 


그가 자살을 방해받았던 건 팩트다. 하지만 그깟 문 두드리는 소리 알 바 아니라 여기며 그냥 죽었어도 됐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오토는 자꾸 그 노크 소리들에 응답해주었고, 심지어는 자신보다 먼저 선로 위에 떨어진 남자를 힘겹게 구해내기도 했었다. 분명 죽는 게 더 쉬웠을 테다. 사후처리 따위 알 게 뭐람, 이미 죽은 나는 그런 것들 다 신경쓸 필요가 없는데. 


결국은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자꾸 문을 두드려주는 것. 그리고 때때로는 그 문을 열어주는 것. 그 두 가지 모두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상대에 갸우뚱하며 관심을 갖자는 말. 또 누군가가 그런 관심을 주었을 때, 마냥 방해로만 여기지 말고 살짝이라도 문을 열어 인사해주자는 말. <오토라는 남자>는 이웃사촌이란 고리타분한 말 위에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말을 얹음으로써 그에 생기를 더한다. 


<오토라는 남자> / 마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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