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키 프라이데이 2>
40대 워킹맘과 10대 고등학생 딸의 몸이 서로 바뀌었던 것도 어느덧 22년 전의 일이다. 그 사이 화면 바깥에 있던 우리에겐 22년의 세월이 흘렀고, 역시나 그 화면 안에 있던 그들에게도 시간은 똑같이 흘렀으니... 22년 전에 40대 워킹맘이었던 엄마 테스는 어느새 일흔을 앞둔 할머니가, 또 22년 전에 10대 고등학생이었던 딸 애나는 어느새 자신의 딸을 낳고 엄마가 되어 우리들 앞에 선다. 그런데 22년 만이라고는 해도 속편은 속편이니, 전편보다 갑절은 더 해줘야겠지. 그래서 이번엔 총 네 명의 몸이 뒤바뀐다. 바디 체인지 경력자인 테스와 애나, 여기에 테스의 손녀이자 애나의 딸인 하퍼가 더해지고. 게다가 애나와 곧 결혼할 예정인 싱글대디 에릭의 딸 릴리까지 추가되니, 각자의 본래 육체를 잃은 이 네 명의 여자들은 세대를 아우른 새로운 역지사지의 심판대에 오른다.
전편인 <프리키 프라이데이>가 좋은 영화였다 믿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영화를 엄청나게 아끼고 좋아했던 것까지는 또 아니었다. 그냥 잘 만든 바디 체인지물 정도였달까. 그래서 22년만에 돌아온 속편을 대하는 태도 역시 사실 별 것 없었다. 하지만 <프리키 프라이데이 2>는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전편과 마찬가지로 속편 역시 영화사에 걸작으로 남을 만한 작품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프리키 프라이데이 2>에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또 무슨 공익광고 같은 멘트냐 묻는다면...
22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22년.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거기서 20%가 더해진 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20여년 전에 함께했던 사람들과 여전히 함께하고 있는가? 20여년 전의 인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를 20여년 만에 다시 만나는 기분은 과연 어떠할까?
<프리키 프라이데이 2>의 진심은 그 기획력에서 묻어나온다. 그 22년 동안, 두 주연배우인 제이미 리 커티스와 린제이 로한에게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나이 때문에 한 물 간 공포 영화 전문 배우 취급을 받다 얼마 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커리어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변질된 하이틴 스타로 각종 사생활 문제 때문에 바닥을 치다 이제서야 다시 본 궤도로 돌아왔다. 평소 그 두 배우의 팬은 아니었건만, 22년이라는 그 긴 풍파를 모두 거치고 뚫은 뒤 각각 다시금 테스와 애나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그녀들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던 것이다.
여기서 <프리키 프라이데이 2>는 한 번 더 간다. 두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1편에 출연했던 각종 조단역들을 모조리 다시 불러모은 것. 솔직히 테스의 새 남편이자 애나의 계부 역할이었던 마크 하먼조차 다시 불러모으기 어려울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새 남편도 또 먼저 떠나보낸 것으로 하지 않을까 싶었던 거지. 그러나 22년만에 돌아온 속편은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마크 하먼도 돌아왔고, 전편에서 애나의 친구들로 분했던 배우들도 함께 복귀했으며, 애나의 첫사랑이자 테스의 열렬한 팬이었던 제이크 또한 보기좋게 돌아왔다. 심지어는 전편에서 아역이었던 애나 남동생 역할의 라이언 말가리니까지 기어이 다시 데려왔더라! 어느새 성큼 큰 성인으로서의 모습은 덤. 거기다 하퍼의 학교 선생님과 중식당 사장님까지...
현실 세계 속 우리 모두는 친구들과의 모임을 주선할 때마다 대개 다 비슷한 생각들을 할 것이다. 조금씩 세월이 흐르고, 조금씩 나이를 먹어갈수록 서로 마음 맞추고 시간 맞추는게 이다지도 힘들구나! 마음 맞는 사람들은 시간을 못 맞추고, 시간 맞는 사람들은 마음을 못 맞춘다. 그래서 결국 못 만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기껏 힘들게 시간내서 만나도 예전만큼 즐겁지 않을 때가 많지.
그런 생각의 흐름 속에서 <프리키 프라이데이 2>는 진귀해보인다. 어느새 할머니가 된 엄마와 어느덧 엄마가 된 딸. 바다 건너 그 악명 높은 할리우드에서의 생활을 모조리 이겨내고 겨우 다시 주인공으로 복귀한 두 배우. 여기에 22년 전 그 때 그 시절을 그대로 돌이켜 떠올릴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조단역들의 리유니언까지. 물론 새롭게 합류한 젊은 배우들의 역할과 매력도 의미있었지만, 과거 그 모두를 그대로 복각해 재현한 듯한 원년 멤버들의 진귀함에 비할 수는 없었다.
조금 거창한 수사일진 모르겠으나, <프리키 프라이데이 2>를 보며 저 배우들이 오랜만에 모여 한 프레임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감동받았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에 걸쳐 찾아헤매이고 있는 건, 이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그 느낌. 바로 그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