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세지의 그 때 그 남자들

<좋은 친구들>

by CINEKOON

이건 그냥 개인적인 건데, 갱스터 느와르 장르의 역사를 짤막하게 요약해 핵심정리만 해야한다면 코폴라의 <대부> 본 다음에 이 영화만 보면 딱 끝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훌륭하고 재밌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무척 길거든. 그리고 그 긴 런닝타임 동안 한 갱스터의 일대기를 보여줌으로써, 진짜 그 안에 느와르 장르의 전체와 정수를 가득 담아 놓았거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제적으로 보았을 때 <좋은 친구들>은 마틴 스콜세지의 다른 느와르 영화들과 그 궤를 같이 하는 영화다. 마피아나 갱스터를 주인공으로 했던 지금까지의 수많은 느와르 영화들이 다 그러지 않았나. 폭력은 낭만화 되고, 범죄는 모험화 되며, 악당은 영웅화 된다. 이역만리의 아주 먼 친척이라고 할 수 있을 한국의 조폭 코미디들도 다 그랬잖아. 주인공이랍시고 조직 폭력배들을 일종의 정의로운 영웅으로 그렸던 전통이 사실 아직까지도 남아있지 않은가. 그러나 마틴 스콜세지는, "갱들 사이에 의리와 낭만이 어디있어?"라는 일관된 태도로 영화를 그린다. 어떻게 보면 마이클 만 감독과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좋은 친구들>은 스콜세지의 그러한 태도가 적잖이 드러나는 영화다. 특히 주인공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인 '캐런'의 시점도 그녀의 내레이션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 연출적으로 흥미로운데, 아마 주변인이지만 본격 갱스터는 아닌 제 3의 인물을 통해 갱스터인 주인공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 그 바깥 양반들의 이야기. 강도질과 살인을 직업으로 삼았던 남자들. 그리고 서로를 좋은 친구들이라 불렀으면서도, 결국엔 서로의 뒷통수 신나게 후려갈기다가들 동반 몰락. 스콜세지의 뒷골목 세계는 언제나 비열하고 치졸해서 현실성 있다.


주인공 '헨리'의 마지막이 재미있다. 어쨌거나 그는 살아남았다. 그동안 돈도 훔쳤고, 마약도 팔았으며, 심지어는 사람도 죽였던 그다. 화룡점정으로는, 결국 친구들까지 배신하게 된 셈이 아닌가. 나쁜 놈이지. 그러나 어쨌거나 그는 살아남았다. 그럼 다행이잖아. 그럼 된거잖아. 하지만 헨리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여기던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자신이 남은 평생 살아야된다-라는 말 자체가 벌처럼 느껴졌나 보다. 살아 남았지만 이게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나 보다. 끝까지 살아남은 그가 자신이 살고 있는 평범한 집의 평범한 문을 닫을 때, 그 곳에서는 기어코 쇠창살 닫는 소리가 난다. 평범한 삶을 감옥처럼 영위하는 남자. 과거 휘둘렀던 폭력에 결국 현재를 저당잡혀버린 남자들. 스콜세지에게 갱스터들이란 그런 치들이다.


maxresdefault.jpg <좋은 친구들> / 마틴 스콜세지


이쯤되면,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의 신이 느와르 장르에 내려준 검고 검고 또 검은, 아주 까맣다 못해 시꺼먼 축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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